수백만원 골프채 덥석 사면서 썬크림은… 피부 지켜야 골프 오래 즐긴다
파이낸셜뉴스
2026.04.02 18:43
수정 : 2026.04.02 20:36기사원문
4~5시간 라운드… 자외선 노출 가볍지 않아
피부과 찾기 전 자외선차단제로 예방 최선을
한 40대 여성은 연간 50라운드를 도는 골프에 1000만원 이상, 피부과에서 500만원을 쓴다. 하지만 그린피는 아깝지 않은데 피부과 비용은 억울하다고 한다. 이유를 묻자 그는 "골프는 선택이지만 피부과는 어쩔 수 없이 간다"고 답했다.
과연 그럴까. 봄이 오면 진료실에는 다시 필드로 나가는 골퍼들이 늘어난다.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선다. 한 번의 라운딩은 4~5시간. 그 시간 동안 축적되는 자외선의 양은 결코 가볍지 않다. 오른손잡이는 왼쪽 얼굴과 팔에, 왼손잡이는 오른쪽에 색소침착과 주름이 더 깊다. 스윙 방향에 따라 햇빛을 더 오래 받기 때문이다.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환자들도 거울 앞에서 좌우를 비교하면 결국 고개를 끄덕인다.
흥미로운 건 세대 차이다. 시니어 골퍼들은 그을린 피부를 건강의 증거로 여긴다. 반면 젊은 골퍼들은 자외선차단제를 수시로 덧바르고 팔토시와 선캡으로 철저히 대비한다. 같은 필드, 전혀 다른 태도다.
아이러니는 여기서 시작된다. 골프장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피부과 정보를 공유한다. 어떤 레이저가 좋고 어디가 잘한다는 이야기다. 골프를 즐기기 위해 쓴 비용이 결국 피부를 되돌리는 데 다시 쓰인다. 선택과 필연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이다.
사실 예방은 복잡하지 않다. 자외선차단제를 2~3시간마다 덧바르고, 선캡과 선글라스로 노출을 줄이면 된다. 캐디백에 스프레이 타입을 넣어두면 실천은 더 쉬워진다. 더 중요한 건 라운딩 이후다. 열이 오른 피부를 충분히 식히고 보습과 장벽 회복에 신경 쓰면 된다. 이 기본만 지켜도 피부과 비용은 크게 줄어든다.
문제는 실천이다. 많은 골퍼들이 라운딩 후 곧장 술자리로 향한다. 뜨겁게 달아오른 피부는 그대로 방치된다. 다음 날 거울 앞에서 놀라고, 결국 병원을 찾는다. 예방에 드는 비용의 10분의 1이면 충분한 일을, 치료에 10배를 쓰는 셈이다.
오랜 진료 경험 끝에 내린 결론은 단순하다. 사람들은 '예방'에는 인색하고 '치료'에는 관대하다. 골프채 하나에 수십만 원을 쓰면서도 자외선차단제 몇 만 원은 아까워한다. 그러나 피부과 비용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선택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일 뿐이다. 그 환자에게 말했다. "억울해할 일이 아니다. 선택의 결과다. 지금부터라도 관리하면 내년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골프는 즐거운 취미다. 그러나 피부를 잃는 대가로 얻는 즐거움은 오래가지 않는다. 중요한 건 얼마나 자주 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치느냐다. 피부를 지키는 골프가 결국 더 오래 간다.
전은영 닥터은빛의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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