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 어르신은 국밥 공짜"라던 사장, '소방서 커피 50잔' 기부했던 그 사람
파이낸셜뉴스
2026.04.03 14:56
수정 : 2026.04.03 15:15기사원문
[참전유공자 대접해 화제된 박민규씨 인터뷰]
다른 사람들도 기부 동참...선행은 돌고돈다는 말 맞아
"'착한척' 비난하던 분도 '얘 진심이구나' 응원하시네요"
[파이낸셜뉴스] 최근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조용한 동네에 위치한 국밥집이 온라인을 훈훈하게 달구고 있다. 가게를 찾은 국가유공자 어르신에게 무료 국밥을 대접해 온 청년 사장 박민규씨(32)의 따뜻한 사연이 화제를 모으면서다.
그러던 중 지난달 30일, 오랫동안 옷장 속에 보관해 온 참전 유공자 제복을 꺼내 입고 국밥집을 방문한 월남전 참전 어르신과 그 모습을 보고 ‘물개 박수’를 치며 격하게 좋아하는 그의 모습이 큰 화제가 됐다. 온라인에서는 “요즘 보기 드문 훈훈한 모습”이라며 칭찬이 이어졌고, 지난 1일에는 오승록 노원구청장이 직접 가게를 찾아 박씨를 격려하기도 했다.
화제의 주인공이 된 박씨를 만나기 위해 2일, 그가 운영하는 국밥집을 찾았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때임에도 배달 주문을 처리하던 박씨가 영상 속에서 보이던 밝은 미소로 맞이하며 식사 중인 테이블을 가리켰다. 마침 영상 속 국가유공자 어르신, 이건희씨(83)가 월남전 참전 동기 두 명과 함께 식사 중이었다.“영상이 화제가 돼 주변에서 많이 알아보지 않으시냐”고 묻자 이씨는 멋쩍은 미소를 지은 뒤 “요즘 젊은이 같지 않게 사람이 참 밝고 성실하다”며 박씨를 칭찬했다.
국밥 한 그릇의 가치, "어르신들은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
박씨의 원래 꿈은 비행기 조종사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취업길이 막히자 박씨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그렇게 요식업에 처음 발을 들였다. 아직도 가게 한편에는 비행기 모형이 놓여있지만, 박씨는 “비행에 대한 미련은 없고, 지금의 일이 적성에 훨씬 잘 맞는다”며 미소 지었다.
박씨의 식당은 보육원 아이들, 저소득층 및 독거노인 어르신들, 그리고 국가유공자와 6.25 참전용사 어르신 등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친구가 국가유공자 어르신들께 식사를 대접하는 걸 보고 시작한 일이었다. 국가유공자이셨던 조부모님과 늘 베풀며 사셨던 부모님의 영향도 컸고, "어릴 때부터 낭만 있는 삶을 살며 재밌게 장사하고 싶었다"는 자신의 꿈에도 들어맞아 즐겁게 선행을 베풀 수 있었다.
‘국밥집 선행’이 알려진 뒤 그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그렇게 베풀면 남는 게 있냐"는 질문이다. 그러나 박씨의 신념은 확고하다. 어르신들을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라고 강조한 박씨는 그분들과 나누는 대화가 자신이 파는 1만원짜리 국밥 한 그릇 이상의 충분한 값어치를 한다고 설명했다. 무료 식사 대접 시간은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로 정해져 있는데, 그래야 바쁜 점심 장사가 끝난 뒤 잠시라도 앉아서 어르신들과 같이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가장 뜻깊었던 일화로 동네에서 폐지 줍는 어르신과의 인연을 꼽았다. 박씨는 가게 앞 폐지를 가져가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식사 대접해 드릴 테니 국밥 한 그릇 드시고 가시라"는 안내문을 적어두었다. 하지만 미안함을 느낀 어르신은 늘 문을 열고 "박스 가져가요"라고 말한 뒤, 박씨가 식사를 권하면 그제야 멋쩍게 테이블에 앉는다는 것이다.
청년 사장이 꿈꾸는 낭만…“선행은 또 다른 선행을 낳습니다"
박씨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언론에 얼굴이 공개된 바 있다. 음식으로 주목받기도 하고, 음식 외적인 사건들로 주목받기도 했다. ‘국밥집 먹튀’ 제보로 JTBC ‘사건반장’에 출연했고, 소방서에 커피 50잔을 기부했다가 민원 고발을 당한 사장님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식당 밖에서도 보육원과 소아암 단체에 꾸준히 기부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처럼 SNS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기부 등의 소식을 숨김없이 전하는 박씨의 모습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박씨는 “소방서 민원 때는 이런 일 다 안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어쨌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비난하시던 분들도 제가 꾸준히 베푸는 걸 보면서 ‘얘는 진심이구나’하면서 응원해주시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더 열심히, 책임감 있게 하게 되더라”고 설명했다.
요즘은 그의 선한 행동에 감명 받은 다른 자영업자들이 "나도 베풀기 시작했다", "사장님처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며 연락을 해온다. ‘돈쭐’을 내주겠다며, 또 기부에 동참하겠다며 포장 주문을 하고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마지막으로 박씨는 "저 역시 누군가의 선행을 보고 나눔을 시작한 만큼, 제가 선행을 베푼 이야기를 누군가 기사나 유튜브에서 보고 또다른 선행을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선행은 또 다른 선행을 낳는다고 생각하기에 앞으로도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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