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구두개입' 안먹힌다…에너지시장, 오락가락 발언 '무시'
뉴스1
2026.04.03 10:41
수정 : 2026.04.03 10:41기사원문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에너지 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란 전쟁과 관련해 상반된 메시지가 쏟아지는 사이 전쟁 장기화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로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은 대통령의 발언이 아닌 실제 공급 상황에 기반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수주간 "전쟁이 거의 끝났다", "휴전이 임박했다"는 메시지를 반복하며 유가 상승을 억제하려 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점점 무뎌지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에도 유가는 거의 반응하지 않았고, 오히려 공습 강화 방침이 재확인되자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이 더 이상 정치적 발언에 좌우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CNN방송은 주목했다.
이제 에너지 시장은 대통령의 낙관적 메시지가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과 글로벌 원유 공급이라는 물리적 현실을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때 시장을 움직이던 정치적 발언의 영향력은 약화하고, 투자자들은 전쟁의 실제 전개와 공급 상황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정치 리스크 분석기관 유라시아그룹의 이란·에너지 담당 선임 애널리스트인 그레고리 브루는 CNN에 "지난 2주 동안 같은 말을 반복해 왔다"며 "하지만 전쟁을 계속하고 있고 이란도 이에 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의 발언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말'보다 '공급'이 가격을 좌우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원유 시장 분석가이자 뉴스레터 커머디티 컨텍스트를 운영하는 로리 존스턴은 "지금까지 시스템에서 막대한 양의 원유가 사라졌다"며 "이번 전쟁 이후 시장 환경이 더 나아질 시나리오는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충격이 단기적 심리 요인이 아니라 물리적 공급 훼손이라는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CNN이 인용한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약 5억 배럴 규모의 원유 공급이 줄었고 주요 생산시설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유가가 단기간 내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며 미국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잔디는 "적어도 올해는 전쟁 이전 수준의 유가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고,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충돌이 길어질수록 피해는 더 커진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전 행정부의 경제 자문을 지낸 스티븐 무어는 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미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으며 가능한 한 빨리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시나리오 역시 유가에는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에 철수하더라도 이란이 해협 통제권을 유지할 경우 공급 구조 자체가 바뀔 수 있고, 반대로 군사적 충돌이 확대될 경우 에너지 인프라 타격으로 공급 부족이 더 심화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이상에서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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