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봉법 '사용자성' 첫 인정, 현장 혼란 최소화 노력 필요하다

파이낸셜뉴스       2026.04.03 13:59   수정 : 2026.04.03 13: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노란봉투법(노동법 2·3조 개정안) 시행후 처음으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단이 나왔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2일 공공기관 하청노조 연대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연구원 등 4개 공공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안건에서 이같이 판정했다. 교섭을 요구한 하청노조는 청소, 경비, 시설 관리 근로자들이었다.

이들은 직접 계약을 맺은 하청 업체가 아닌 원청 업체가 안전, 복리위생,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진짜 사장이라고 주장했는데 지노위가 이를 인정한 것이다.

이번 지노위 판정은 노동부의 법 해석 지침보다 사용자성을 더 폭넓게 인정했다. 노동부는 지난 2월 지침을 통해 공장관리자가 청소 용역업체에 작업 등을 정하는 경우 원청이 하청을 구조적으로 통제하는 사례로 보기 어렵다고 봤지만 지노위는 다르게 판단한 것이다. 향후 조정 대기중인 사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민의힘 조지연 의원에 따르면 지난달 10일부터 30일까지 노동위에 접수된 교섭관련 조정 신청이 267건이다. 이 중 사용자성 판단에 대한 신청이 150건이 넘는다.

교섭 테이블이 만들어지면 하청 노조의 요구는 백화점식으로 늘어날 우려도 있다. 임금 인상이 원청 교섭의 핵심 의제가 되면 불복과 재심 신청이 꼬리에 꼬리를 물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미 800여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상태다. 이 중 상당수가 행정법원까지 가서 사용자성을 다투게 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협력사와 하청업체가 많은 자동차업계 등에선 노조 리스크가 상시화될 수 있다. 험난한 글로벌 정세 속에서 해외 경쟁사와 기술 경쟁에 시간을 쏟아야하는 회사가 노조 리스크에 막대한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경우 정부 예산으로 하청 임금이 결정되는 구조여서 하청노조가 정부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도 있다. 현장이 복잡한 분쟁과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노란봉투법은 입법 전부터 우려가 컸던 법이다. 사용자 범위 확대, 손해배상 청구 제한, 포괄적인 쟁의 대상 등 기업 경영상 위협이 되는 조항이 한둘이 아니다. 강성 노조와 대립적인 노사관계는 기업뿐 아니라 국가경쟁력에도 큰 리스크다. 노동법 후유증을 줄일 대책에 다시 머리를 맞대야한다. 최근 계속된 친노조 입법 행보에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정부와 여당은 특수고용직을 근로자로 간주하는 '근로자추정제' 입법도 서두르고 있다. 비용 부담이 커지는 업체뿐아니라 프리랜서, 배달라이더 등 법 적용 당사자들 내부에도 이견이 많은 법이다.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현장을 돌아보고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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