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으로 유흥주점 차리는 법? 지인 3명 피눈물 흘리게 한 수법
파이낸셜뉴스
2026.04.05 07:00
수정 : 2026.04.05 07:00기사원문
사기 혐의
유흥주점 투자 권유하고
성인용 게임업소 동업하자 설득
법원 "죄책 무겁다" 질책
지난 2023년 8월 A씨(47)는 지인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운영하는 유흥주점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수익금은 매월 1일 정상 지급해 주겠다고 했다. 임금, 세금, 임대료 중 어떤 것도 미납된 적이 없다고도 이야기했다.
그러나 A씨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A씨가 운영한다는 유흥주점은 사실 일반음식점으로 신고돼 있었으며 A씨의 어머니가 사업자로 등록돼 있지도 않았다. A씨는 음식점을 운영하며 채무가 5000여만원에 달했다.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더라도 기존 채무를 변제해야 했다. 별다른 재산도,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도 없었다.
A씨의 거짓말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 2023년 9월경 또 다른 지인 2명에게 성인용 게임업소 동업을 제안했다. 아는 사람이 업체를 운영하는데 말도 안 되게 돈을 벌고 있다고 속였다.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업체를 3개로 확장했고 사업이 잘 돼 지방에서 업자들이 계속 찾아온다고도 덧붙였다. 셋이서 각자 5000만원가량씩 투자하면 되고 우선 1000만원을 선금으로 걸자고 설득했다. 지금이 아니면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이들은 처음에 1000만원을 보냈다. 투자금 명목으로 보내야 하는 돈은 점점 늘어났다. 총 3~4회에 걸쳐 각각 보낸 금액은 1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A씨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성인용 게임업소를 운영하겠다는 막연한 계획만 있을 뿐이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뺏을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본인 돈은 쓰지 않고 피해자들의 투자금만으로 게임업소를 개업하고 운영할 생각이었음에도 실제 자금을 투자할 것처럼 속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A씨가 게임기 구매 대금 등 비용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추가 투자금을 받아 업소 개업을 준비했다고 지적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한 피해자에게 "다 거짓말이었다. 돈도 없는 상황에서 전체 2억4000만원 정도 들었는데 돈이 없어서 똑같이 들어갔다고 하고 형님들 돈을 썼다" "돈이 없다 보니 형님들 돈으로 차리게 됐고 거짓 아닌 사기를 치게 됐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당시 채무가 1억6000만원 상당에 이르기도 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3단독(이성균 판사)은 지난달 20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편취금을 배상신청인들에게 지급하라고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죄책이 무겁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3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편취했고 한 피해자에게 1000만원을 변제한 것 외에는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지정된 선고기일에 임의로 불출석했다가 구금됐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일부 범행은 인정하고 있는 점,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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