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이 주가 좌우…10% 넘게 쌓인 기업들 압박 커진다

파이낸셜뉴스       2026.04.06 18:26   수정 : 2026.04.06 18:26기사원문
국내 상장사 65%가 자사주 보유
롯데 27.5%·SK 24.8% 달해
과거같은 경영권방어 역할 제한
되레 기업가치 할인요소로 작용
투자자도 핵심평가 지표로 꼽아
지주사들 중심 폐기 움직임 확산

상법 개정 이후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이 본격화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잠재적 후보군으로 이동하고 있다. 자사주 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정책 대응 압박이 커져 소각 행렬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의 65% 이상이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주사 등 10%를 웃도는 고비중 보유기업도 적지 않다.

실제 SK(자사주 보유비중 24.8%), 롯데지주(27.5%), 두산(15.2%), LS(13.9%), 영원무역홀딩스(14.0%) 등 대부분이 지주사 또는 지주사 성격을 띤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과거 자사주를 지배구조 재편이나 합병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해온 만큼 제도 변화 영향권에 들어서 있다.

3차 상법개정으로 기업에 자사주는 더 이상 활용 가능한 자산으로서 매력을 잃었다. 상법 개정 후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 대상이 되면서 보유 자체가 부담요인이 됐다. 과거에는 자사주를 활용해 지배력을 강화하거나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이러한 활용이 제한되면서 자사주가 오히려 기업가치 할인요인이 됐다.

시장의 평가기준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기존에는 자사주 보유가 기업의 재무적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자사주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처리하느냐가 핵심 평가기준으로 바뀌었다.

이미 일부 기업은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SK는 보유 자사주의 대부분을 소각하는 방안을 제시해 사실상 전량 소각에 가까운 정책을 꺼내들었고, 삼성물산 역시 지속적인 소각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 기업은 단순히 주주환원을 넘어 자본 효율성을 개선한 기업으로 인식돼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진행 중이다.

반면 상당수 기업이 아직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특히 자사주 비중이 높은데도 구체적인 소각계획이 없는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향후 매물 출회 가능성과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배제할 수 없어 주가 디스카운트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도 자사주 정책이 상대평가 구간에 진입했다고 입을 모은다. 동일 업종 내에서도 자사주 정책에 따라 기업 간 밸류에이션 차이가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향후 투자전략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대형 지주사들이 자사주 전량 소각이라는 기준점을 제시하면서 미발표 기업들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향후에는 순차적 소각이 현실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초기에는 일부 대형 지주사가 중심이 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중형 지주사와 일반기업으로 확산되며 소각 공시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아울러 과거에는 한국 증시 전반에 적용되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개별 기업 단위로 세분화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자사주 정책에 따라 기업별 할인율이 달라지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사주 정책을 단순 참고요소가 아니라 핵심 투자지표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도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평가돼 기업가치 평가의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자사주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보다 얼마나 빠르고 과감하게 소각하느냐가 기업가치를 좌우하는 시대"라며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정책 대응 여부에 따라 주가 방향성이 크게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