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대응하면서 석유 유통구조도 개혁을

파이낸셜뉴스       2026.04.06 18:31   수정 : 2026.04.06 18:31기사원문
수급 불안과 가격 왜곡현상 심화
불합리한 시장 거래 관행 손질을

이란 사태 이후 치솟는 유가를 잡기 위해 도입된 석유 최고가격제의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최고가격제는 시행 초기 주유소 판매가를 억제하는 효과를 냈다. 공급량에 대한 불안감이 사재기를 촉발할 우려가 컸는데, 최고가격제를 도입해 이런 시장의 불합리한 심리를 억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유류 유통시장 곳곳에서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

석유대리점 업계가 "이대로는 한 달을 버티기 힘들다"고 호소문까지 낸 것은 그 단적인 신호다. 비상한 시기에 도입된 비상한 제도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잉태하고 있다. 최고가격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니다. 기존의 석유 시장 내에 고착화되었던 유통구조가 있었는데, 최근 이란 사태 이후 도입된 최고가격제와 수급 불안정으로 기존 제도의 한계가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정유사가 석유대리점과 주유소에 동일한 공급가를 적용하면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 대리점은 기본적인 유통비용을 한 푼도 보전받지 못한 채 손해를 감수하며 주유소에 석유를 넘겨야 한다. 그동안 전국 주유소 공급물량의 43%를 담당하는 도매망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유통망은 한번 무너지면 복구에 훨씬 더 큰 비용이 든다. 그렇지만 이번에 유통 생태계를 관리하는 접근법은 달라야 한다. 최고가격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수십년간 관행처럼 굳어온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방안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령 정유사가 주유소에 석유를 먼저 공급하고 한달 뒤에 정산하는 '사후정산제'가 대표적이다. 국제유가가 출렁이는 시기에 이 제도는 석유 유통가격을 더욱 왜곡하고 시장 혼란을 가중시켰다. 당정이 현재 한달인 정산주기를 1주 내로 단축하는 방향으로 원칙 합의에 이른 것은 다행이다. 이런 식으로 잘못된 유통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

문제는 이날 결정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느냐다. 사후정산제는 정유사와 주유소 간의 오랜 관행이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만큼 하루아침에 고치기 어려울 것이다.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모니터링 체계와 위반 시 제재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그간 묻혀 있던 다른 불합리한 관행들도 정비할 필요가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주유업계는 매출 대비 1.5% 정률제로 유지돼온 주유소 카드 수수료 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가가 오를수록 카드사 수익만 늘어나는 구조가 정률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비자와 주유소는 고유가의 고통을 겪는 반면, 카드사만 반사이익을 누린다는 것이다.
고유가 시기에 수수료율 조정 등 다양한 방안이 필요한지 논의해야 한다. 원유 확보가 중요하지만 국내 유통망이 흔들리면 가격 안정도 어렵다. 이번 기회에 국내 유통구조도 합리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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