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기까지 번진 중동전 충격, 도미노 위기 막아야

파이낸셜뉴스       2026.04.06 18:31   수정 : 2026.04.06 18:31기사원문
의료물품과 건설 자재 공급에 차질
산업체계 전환 등 재도약 전략 짜길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중동전쟁으로 벌어진 생필품 수급 문제가 국민의 기본적 생활여건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동네 병원을 중심으로 주사기를 비롯한 기본 의료물품의 안정적 공급마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약국에서는 조제약과 함께 제공하던 플라스틱 약통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있다고도 한다.

원자재 가격 급등의 청구서는 건설사들에까지 날아들고 있다. 페인트, 단열재, 파이프 등을 만드는 자재 납품업체들이 건설 협력업체들에 최소 20% 이상의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요구를 받은 협력사들은 다시 건설사들에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원자재 쇼크가 분양가 인상을 통해 최종 소비자에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중동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 물류 및 운송비, 공산품 및 먹거리 물가 인상의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수입 밀과 콩 등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공식품업계도 폭풍전야에 비견할 만한 비상상황이다. 지난달 공업제품 물가는 198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41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불거진 의료용품 부족과 자재비용 상승으로 국민의 생명과 기본생활에 직결되는 분야 역시 타격을 받을 공산이 커졌다. 물론 당장 의료 현장과 건설공사 현장이 멈출 정도의 대란은 아니지만 수급체계에 경고등이 켜진 것만은 분명하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필수진료가 제 기능을 못하거나 건설공사가 지연되는 등의 문제가 생길 것이다.

산업의 기초원료인 원유와 나프타 부족이 장기화하면 생산 차질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면서 경제 전반이 도미노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석유화학 제품 공급이 줄어들면 의료용 플라스틱, 포장재, 건설자재, 비료, 생활용품 등 거의 모든 제조업의 생산비가 오르게 된다. 기업들은 공장 가동률을 낮추거나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 물가 상승과 공급 부족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 고환율과 물류비 부담까지 더해지면 실물경제 전반의 충격은 더욱 커질 것이다.

무엇보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산업 경쟁력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 원료 확보가 불안정하면 기업들은 신규 투자와 설비 확장을 미루게 되고, 생산 이전이나 사업 축소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수급불안은 물가 문제를 넘어 장기적인 산업구조와 경제성장 경로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변수다.

이 같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6일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중동전쟁에 따른 민생애로에 대해 효율적 추가경정예산 집행, 취약계층 지원, 화석연료 중심의 산업체계 전환, 공공부문 재택근무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정에 혼란을 주는 가짜뉴스에 대한 강력한 대응도 주문했다.

이런 대응책들은 신속히 추진돼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로서는 중동전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는 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수입선 다변화와 비축 확대를 통해 공급망을 안정시키고, 원자재 가격 급등의 부담이 중소기업과 서민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금융과 세제 지원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도록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국가 경쟁력은 위기를 관리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