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고인 돈 끌고오자" 英, 에너지·배터리 산업에 민간투자 유도

파이낸셜뉴스       2026.04.07 18:21   수정 : 2026.04.07 18:21기사원문
선진국도 금융흐름 재편 움직임
EU, 기술챔피언 이니셔티브 출범
유럽투자銀 주도 전략산업 집중
캐나다, 국가성장 프로젝트 착수
주요 은행들 참여해 자금 뒷받침
일본은 AI·방산 투자로드맵 공개

정부가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유럽·캐나다·일본 등 주요 선진국도 금융 자금의 흐름을 재편하며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전략산업의 정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제 금융과 정책이 결합해 '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하느냐'가 국가 성장을 좌우하게 된 것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은 가계대출과 부동산 담보대출에 머물러 있던 금융의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하는 생산적 금융을 실현하고 있다.

정부가 민간금융과 함께 AI·반도체·에너지·데이터센터 중심 대규모 산업 투자에 나서면서다.

■부동산→전략산업으로 자금 이동

영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지난 2009년부터 기업대출 등 대부분의 대출 잔액이 감소세를 보였으나 모기지 대출 잔액은 유일하게 증가하며 부동산 대출 불균형을 경험했다. 지난해 7월 기준 영국의 모기지 대출은 1조5000억파운드(약 3000조원)에 달하며 전체 대출의 55%를 차지했다.

이 같은 흐름에서 영국은 최근 에너지·배터리 인프라에 대한 민간금융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영국의 배터리 에너지 저장 인프라기업 펄스클린에너지는 6개 민간은행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으로부터 사모대출 형태로 2억2000만파운드를 조달했다. 이는 그간 공공지원에 의존하던 친환경 전환 분야에도 민간금융이 유입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황원정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과 이상원 글로벌은행부장은 '해외 은행권의 생산적 금융 추진 동향 및 시사점' 리포트에서 "서구 주요국의 생산적 금융은 주로 정책금융기관 주도하에 민간금융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며 "해외 은행들은 신용 위험과 자본 부담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증권화 거래, 기업형 벤처캐피털 등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도 기술 주권을 잡기 위해 전략산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EU의 정책금융기관인 유럽투자은행(EIB)그룹은 2023년부터 첨단 기술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유럽 기술챔피언 이니셔티브(ETCI)'를 출범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적시에 혁신기업으로 자금이 조달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테크(Tech)EU 플랫폼'을 선보였다. 테크EU는 기업의 자본 수요에 맞춰 자금을 지원하는 '원스톱' 창구로 AI·디지털 인프라·반도체·청정기술 등 유럽의 핵심 기술 분야에 투자 확대를 돕고 있다.

캐나다는 지난해부터 대미 의존도를 축소하고, 국가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규모 국책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에 몬트리올은행(BMO), 캐나다왕립은행(RBC) 등 캐나다 주요 은행들이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조달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사나에노믹스'로 생산적 금융

정부 차원에서 산업 투자 정책을 확대하는 흐름은 일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AI·방위 산업 등 전략 분야에 투자하는 '사나에노믹스(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경제정책)'를 통해 경제를 정상 궤도에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지난달 일본 정부는 일본성장전략회의를 열어 17개 분야에서 61개 제품·기술을 선정해 우선 지원하는 관민 투자 로드맵 초안을 공개한 바 있다. 회의에선 61개 가운데 피지컬 AI, 반도체, 의약품 등 핵심 항목이 먼저 검토됐다.
일본 정부는 오는 2040년까지 자국산 반도체 매출을 40조엔(약 371조원)으로 확대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이처럼 생산적 금융은 경기 대응 성격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적 전환'으로 주목받고 있다. 심윤보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생산적 금융 정책은 향후 국내 경제 회복 및 성장 모멘텀 마련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며 "생산성이 높은 영역으로 자본이 이동하면 국내 총요소생산성이 개선돼 투자·생산·고용이 확대되고, 잠재성장률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chord@fnnews.com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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