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피해자, 법정에 자리도 없어"...피해자 '접근권 제한' 성토
파이낸셜뉴스
2026.04.08 18:55
수정 : 2026.04.08 17:32기사원문
"신청해야 알 수 있는 구조"…수사·재판 정보 접근권 한계 지적
개인정보 보호 고려 불가피 우려도…열람·등사 확대엔 신중론
"피해자 변호사는 법정 내 자리조차 확보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가끔은 교도관이랑 눈치싸움도 한다. 피고인과 눈맞춤을 자주하게 돼서 애로사항도 많다.
피해자변호사 자리도 없는데 어떤 피해자가 자기 얘기를 말할 수 있을까 싶다" -피해자 전담 변호사 A씨-
피해자변호사 자리도 없는데 어떤 피해자가 자기 얘기를 말할 수 있을까 싶다" -피해자 전담 변호사 A씨-
[파이낸셜뉴스]형사사건 피해자가 공판·수사 절차 전반에서 실질적인 참여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정 내 물리적 공간조차 확보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발언권과 정보접근권이 제한되고, 사건 전반을 파악할 기회도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특히 재판기록 열람·등사(복사) 과정에서 불허 결정이 내려질 경우 이를 다툴 절차가 미비해, 피해자의 알 권리와 권리구제 기회가 제약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발제자로 나선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형사사법절차는 피의자와 피고인의 인권 보호를 강조해온 게 사실"이라며 "범죄 당사자인 피해자가 절차에서 배제되는 것은 형사절차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와 피해자, 공동체가 함께 참여하는 '회복적 사법' 필요성을 강조하며, 피해자가 충분히 발언할 수 있는 구조가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다만 현행 피해자 진술권이 여전히 증인 지위에 머물러 실질적 권리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또 피해자가 가해자의 체포·구속·석방 등 주요 처분 결과를 통지받을 권리와 기록 열람·등사권은 핵심 권리임에도, 신청과 허가를 전제로 제한적으로 보장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 교수는 "선물보따리를 준비했으면 됐겠지"가 아니라 "이것은 본래 당신의 것"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호준 서울변회 인권위원회 위원은 법정 구조 자체가 피해자를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법정 어디에도 형사 피해자의 자리는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피해자가 소송 결과 형성에 참여하는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송 절차상 당사자의 감정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함에도 "형사 재판에서 피해자는 자신의 응분을 해소할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보접근권 문제도 제기됐다. 피해자의 신청이 있어야만 수사 진행 상황이 통지되거나, 통지 범위와 내용이 수사기관 재량에 좌우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황 위원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 과정에서 '불송치 이유와 같다'는 식의 간략한 설명만 제공되는 사례를 언급하며, 피해자가 결과를 납득하거나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을 통해 사건 진행 상황을 자동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일선 법관은 개인정보 보호 등 현실적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태훈 수원지법 안양지원 판사는 "열람·등사 신청 시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공개할지 재판부가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는 원칙적으로 허가하고 예외적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무상 허가 범위는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김 판사는 공개재판주의에 따라 피해자가 방청으로 알 수 있는 정보는 원칙적으로 등사를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증거목록에 DNA 일치 여부나 거짓말탐지기 결과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된 경우 제한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피해자가 증인으로 채택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할 때 증인신문 조서는 사전 열람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설명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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