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5개 하청 교섭 요구, 노봉법 한달 만의 혼란
파이낸셜뉴스
2026.04.08 18:29
수정 : 2026.04.08 18:29기사원문
법적 판단 제각각, 분쟁 장기화 우려
포스코는 대규모 직고용 파격 결정
노조의 무차별 협상 요구와 소송은 기업에는 부담이자 리스크다. 입법을 보완해 모호한 개념을 명확히 하고, 혼란과 갈등을 줄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법 시행 후 하청노조의 원청에 대한 교섭 요구는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법 시행 첫날에만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신청한 하청노조가 400곳이 넘었다. 지난 6일 기준으로 985개 하청노조가 원청 367곳에 교섭을 요구했으며, 노동위원회에 교섭 관련 신청이 접수된 건수도 273개에 이른다. 하청노조가 원청에 책임을 요구한 의제도 안전관리부터 인력 배치, 임금복지까지 다양했다. 시간이 흐르면 경영 시스템 전반의 이슈가 의제에 올려질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 하청노조의 분리교섭 요구에 대한 판정은 민간 기업 첫 사례라는 점에서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이 무너지고 복수노조가 각기 교섭 주체로 인정되는 사례가 많아지면 협상구조는 복잡해진다. 노조 간 상충하는 요구로 협상은 난항을 면치 못하고 교섭 비용과 시간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수 있다. 막대한 생산 차질, 의사결정 지연으로 인한 경영상 실책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하청노조의 분리교섭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노동계가 수용하고 물러설 리 만무하다. 상급 노동위에 즉각적인 재심 신청은 물론이고 현장에선 파업 압박으로 노사 간 긴장감을 극대화할 공산이 크다. 하청 근로자의 공정 작업 한가지만 빠져도 전체 생산라인이 멈출 수 있다. 노조는 당국의 분리교섭 불허에 대해 노란봉투법 취지를 훼손한 결정이라며 법의 강제력을 더 촉구할 가능성도 있다. 끝도 없는 혼란이다.
포스코가 7일 하청 근로자 7000명을 직고용하겠다고 파격 결정을 내린 것은 이런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중국의 저가 공습과 거세진 전 세계 보호무역 기조로 철강산업은 벼랑 끝에 있다. 그런데도 대규모 직고용에 나선 것은 노사 상생을 가야 할 길로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직고용이 자리를 잡기 위한 후속 과제는 민관이 같이 풀어야 한다. 대립과 파국을 피할 길은 따로 있는 것이다. 사안마다 소송으로 이어지고 파행을 거듭하게 만드는 노란봉투법은 현실에 맞게 다시 손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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