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토양 50년 만에 정밀 재조사… 국립공원 전역 정밀토양도 구축

파이낸셜뉴스       2026.04.09 15:49   수정 : 2026.04.09 15:49기사원문
식생 변화·구상나무 쇠퇴 대응 기반 다진다
2026~2028년 3개년 조사 본격 추진
기존 보호구역 넘어 61㎢ 추가 조사
기후위기 대응할 산림 관리 지도 완성
10일 착수보고회… 생태 변화 정밀도 높여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자연유산의 상징인 한라산을 보전하는 방식이 더 정밀해진다. 제주도가 한라산국립공원 전역을 대상으로 토양 분포와 특성을 다시 읽어내는 정밀토양도 구축을 확대 추진한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개년 일정으로 한라산국립공원 정밀토양도 구축 사업을 확대 추진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진행한 한라산천연보호구역 92㎢ 토양도 구축의 연장선에 있다. 제주도는 앞선 조사에 더해 올해부터 한라산국립공원 61㎢를 추가 조사해 국립공원 전체를 아우르는 정밀토양도를 완성할 계획이다.

토양은 식생의 바탕이자 한라산 생태계 변화를 읽는 핵심 자료다. 토양도 구축은 흙의 위치만 표시하는 작업이 아니라 토양의 성질과 형성 과정, 분포 특성을 '토양통' 단위로 세분해 기록하는 조사다. 이를 통해 어떤 식물이 어떤 땅에서 잘 자라는지 어느 지역이 기후변화에 더 취약한지를 과학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한라산처럼 고도 차가 크고 기후대가 뚜렷하게 갈리는 산에서는 토양 정보의 중요성이 더 크다. 같은 숲처럼 보여도 땅속 수분과 유기물, 배수 조건이 다르면 식생 변화 양상도 달라질 수 있다. 구상나무 쇠퇴나 산림 생태계 변화도 결국 땅의 성질과 깊게 연결돼 있어 토양을 정밀하게 읽어야 원인 분석과 대응도 가능해진다.

실제로 앞선 사업에서는 한라산 산림토양이 기존 6개 토양통에서 10개 토양통으로 확대 재분류됐다. 제주도는 이 과정에서 식생 유형별 토양 특성과 분포 자료를 구축했다. 구상나무 생육 적지 설정 등 고사 대책 마련을 위한 기초 자료도 확보했다.

제주의 토양 다양성은 전국적으로도 두드러진다. 현재 국내에서 확인된 405개 토양통 가운데 약 6분의 1인 66개가 제주에 분포한다. 화산섬이라는 형성과정, 고도에 따른 기후 차, 강수량과 지형의 복합성이 토양을 더 세분화한 결과다.

이 때문에 한라산 토양 조사는 지역 조사에 그치지 않는다. 제주 자연유산의 바탕을 이루는 생태 조건을 정리하는 작업이자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화산성 산림토양의 특성을 체계화하는 연구 의미를 함께 가진다.



이번 사업은 1976년 정밀토양도 제작 이후 약 50년 동안 충분히 이어지지 못했던 전문 산림토양 연구의 공백을 메우는 성격도 있다. 기후 조건도 달라졌고 생태계 변화 속도도 빨라진 만큼 오래된 조사만으로는 현재 한라산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제주도는 국가유산청과 환경부의 국비 지원을 받아 조사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조사 과정에서 새롭게 확인되는 토양통은 학회 논문 투고와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공식 신설하는 절차도 밟는다. 단순 현장 조사에 머무르지 않고 학술 검증까지 연결해 공신력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한라산연구부는 오는 10일 오후 4시 한라수목원 자연생태체험학습관에서 '한라산국립공원 토양도 구축 학술용역(1차년) 착수보고회'를 연다. 이번 보고회에서는 조사 범위와 방법, 연차별 추진 방향 등이 공유될 것으로 보인다.

김형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한라산 토양에 대한 체계적 데이터 구축은 기후변화에 따른 산림생태계 변화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핵심 기반"이라며 "정밀 토양정보를 활용해 한라산의 생물다양성과 자연유산 가치를 지속적으로 보전하겠다"고 밝혔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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