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반도체發 물가상승, 원인별 맞춤형 대응을
파이낸셜뉴스
2026.04.09 18:08
수정 : 2026.04.09 18:08기사원문
획일적으로 통제하면 되레 역효과
꼼수인상과 담합, 철저히 감시해야
중동 분쟁 여파로 국제유가는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전쟁이 끝난 듯하면서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휴전이 되더라도 안정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물류비·생산비를 통해 소비재 전반으로 파급되어 물가를 끌어올린다. 설상가상으로 D램 가격 상승 여파로 PC·노트북 소비자가격이 7개월 새 10% 이상 뛰었고, 컴퓨터 관련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3월 12.4%까지 치솟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같은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중동발 에너지 가격 상승을 향후 미국 내 물가 흐름의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이에 금리 인하뿐만 아니라 인상 가능성도 동시에 열어두는 '양방향 대응' 기조로 변한 듯하다. 이런 복합적 환경에서 정부의 물가 대응방식은 더욱 정교해져야 한다. 물가 상승의 원인이 단일하지 않은데 대응이 획일적이어서는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다.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은 가격불안 심리를 틈탄 편승 인상, 이른바 '꼼수 인상'이다. 학원 교습비가 대표적이다. 물가가 오른다는 분위기에 편승해 교습비를 슬그머니 올리는 행태는 서민 가계를 이중으로 압박한다. 불공정한 유통마진 확대, 담합성 가격 인상 등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서도 공정거래 당국의 감시망을 촘촘히 유지해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업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 원가 부담이 실질적으로 커진 상황에서 가격 인상 자체를 막무가내로 틀어막는 것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가격통제는 시장교란과 불공정 행위에 한정하되, 정당한 원가 반영의 영역은 시장 기능에 맡기는 균형감각이 요구된다.
복합 인플레이션 시대에 '만능 처방'은 없다. 에너지·반도체·서비스 등 분야별로 인상 요인이 다르다. 구조적 공급 제약에는 중장기 대책을, 투기·편승 인상에는 즉각적인 단속을 병행하는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잘못 설계된 가격 억제책은 오히려 시장 왜곡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나아가 중장기 공급을 위축시켜 더 큰 물가 불안을 초래할 것이다. 정부의 주도면밀한 물가관리 방식이 작동해야 소비자와 중소사업자도 한시름을 놓을 수 있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