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적용하는데 기름값 왜 매일 오르나…유가 급락 언제 반영?
뉴스1
2026.04.10 07:00
수정 : 2026.04.10 07:00기사원문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최고가격제 도입으로 휘발유, 경유 공급가격이 2주 동안 같을 텐데 왜 주유소에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은 계속 오르나요?'
정유사의 공급 가격이 정해져 있는데 주유소 기름값이 계속 오르다 보니 일부에서는 주유소가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선 주유소별 재고 비축 물량 등의 영향으로 시차가 발생하고 가격 급등에 따른 고객 감소를 우려해 한꺼번에 가격을 올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10일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후 4시 대비 전날(9일) 기준, 휘발유 가격을 인상한 주유소는 전국 1만 273곳 중 1만 227곳으로 99.55%에 달했다. 경유 역시 가격이 오른 주유소는 99.52%에 달하는 1만 267곳이었다.
특히 2차 최고가격 인상 폭인 210원 이상 올린 주유소도 적지 않다. 휘발유 가격을 리터(L)당 210원을 초과해 인상한 주유소는 351곳, 경유는 324곳으로 집계됐다.
재고 물량 따라 가격 인상 폭 달라져…정부 '경고' 주유소 간 경쟁도 작용
정부가 2차 최고가를 인상한 이후 주유소에선 2주 동안 소폭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차 최고가격 고시 13일 차인 전날(8일)까지 휘발유는 리터당 158.49원, 경유는 153.822원 인상됐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 대리점 등에 공급하는 도매가격에 적용된다. 주유소는 이 공급 가격에 마진 등을 붙여 판매 가격을 정한다. 정부는 지난달 13일 1차 최고가격으로 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을 상한으로 설정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적용한 2차 최고가격은 210원 인상한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실내 등유 1530원으로 지정했다.
1차 대비 2차 최고가격이 210원 인상했지만 주유소마다 인상 폭 반영 속도는 제각각이다. 재고 비축 물량, 주변 주유소와의 경쟁 등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차 최고가격에 따라 휘발유를 리터당 최대 1934원에 공급을 받았더라도 1차 최고가로 적용된 최고가 1724원에 공급받은 물량이 남아 있기에 한 번에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 주유소에 설치된 저장 시설 비축 물량은 10~14일 정도다.
이서혜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대표는 "최고가격제가 반영되는 속도가 주유소마다 다르다"며 "주유소의 저장고 크기 및 판매 물량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물량이 소진된 주유소는 기름값을 조금 더 빨리 올릴 것이고 소진이 안 된 곳은 가격을 올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를 전국 평균으로 계산으로 하니 기름값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경고 역시 완만한 기름값 상승을 유도하는 요인이다. 정부는 주유소의 시장 질서 교란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가격 조사가 나올 수 있으니 주유소들도 긴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무리한) 가격 인상을 경고하니 적정 가격 이내에서 기름값을 올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변 주유소와의 경쟁 역시 완만한 상승세의 요인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최근 강남 지역의 한 직영 주유소가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하니 주변 주유소 역시 가격이 낮더라"라며 "경쟁 요인이 가격 반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정유사가 최고가 보다 낮은 수준으로 석유 제품을 주유소에 공급하기에 개별 주유소는 전략적으로 판매 가격을 설정하고 있다. 무리한 가격 인상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TF'에서 "정유업계와 주유소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최고가격제가 유류비 부담을 경감하고 급격한 물류비 상승을 방어하는 안전망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국제유가 급락했지만 여전히 국내보다 비싸…기름값 하락 시간 필요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합의하면서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국내 기름값을 결정하는 싱가포르 현물 시장 가격(MOPS)이 떨어지면서 국내 기름값도 내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휘발유의 MOPS는 지난 7일 리터당 1301.35원에서 8일에는 1132.39원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업계에선 당장 떨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MOPS가 하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에 유류세, 관세, 수입 부과금, 판매국 부과금, 유통비, 주유소 마진 등을 합해야 최종 가격이 나오는데 여전히 최고가격보다 높다"며 "호르무즈 상황도 유동적이어서 국내 휘발유 가격을 전망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제 제품 가격과 유류세 등을 합한 최종 가격이 국내 최고가격보다 더 내려가야 국민들이 기름값 인하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10일 0시부터 적용되는 3차 석유 최고가격을 직전 2차와 동일한 수준으로 동결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는 리터(L)당 1934원, 경유는 1923원, 등유는 1530원이 유지된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 발표 이후 국제유가가 급락하는 등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점, '민생 안정'을 기본 원칙으로 국제유가 흐름과 수요 관리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격을 동결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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