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사랑한다 내 새끼" 싱글맘 죽음 내몬 악질 사채업자
파이낸셜뉴스
2026.04.12 09:00
수정 : 2026.04.12 09:00기사원문
채무자와 지인들에게 반복 추심
독촉 시달리던 싱글맘 "사랑한다" 유서 남기고 자살
살해 협박하고 밤에도 연락
타인 명의 계좌와 휴대전화 이용
검찰, 징역 8년 구형
서울북부지법 형사12단독(김회근 판사)이 지난 8일 대부업법·채권추심법·전자금융거래법·전기통신사업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사채업자 김모씨(34)에게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사건 판결문의 한 대목이다. 김씨는 지난 2024년 7월부터 11월까지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고 6명에게 약 2000만원을 고이율로 빌려준 뒤 채무자를 포함해 이들의 가족과 지인에게 협박성 메시지를 전송하는 등 불법 추심 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홀로 유치원생 딸을 키우던 30대 싱글맘 A씨는 지난 2024년 9월 22일 김씨로부터 돈을 빌린 지 약 3주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죽기 전까지 여섯 살 딸이 눈에 밟혔다. 유서에 "죽어서도 다음 생이 있다면 다음 생에서도 사랑한다. 정말 사랑한다. 내 새끼"라고 썼다. A씨는 불법 추심 피해를 입으면서도 생전 경찰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가 사망하기 전 협박 문자를 받은 지인이 경찰 정보관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지만 보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씨는 채무자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협박했을까. 이 사건 판결문에는 그 단서들이 나와 있다. 채무자들을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순간들이 기록돼 있었다.
김씨는 무등록 대부업자로 지난 2024년 7~11월 6명의 채무자들에게 총 1760만원을 빌려줬다. 이자는 연 1233~6083%로 법정 최고 이자율인 연 20%의 최대 300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약속한 날짜에 상환하지 않으면 무자비한 불법 추심이 이어졌다. 가령 싱글맘 A씨는 지난 2024년 9월 2일 100만원을 빌리며 7일 뒤 180만원을 갚기로 했으나 이를 제때 상환하지 못했다. 김씨는 A씨의 지인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어 "돈 빌려준 사람인데 연락이 안 된다. 말 좀 전해달라"며 인격 모독적인 욕설과 신체에 위해를 가할 듯한 말을 일삼았다.
김씨는 채무자들에게 돈을 빌려줄 때부터 불법 추심을 계획했다. '김태풍' '풍실장' '윤차장' '윤혁' 등 가명을 사용했으며 인터넷 대출 사이트를 통해 대출받으려는 사람들의 연락처를 확보했다. 법정이자율을 초과하는 이자를 상환받는 조건으로 대출 계약을 체결하되, 대출금을 상환받지 못하는 때를 대비해 채무자로부터 비상 연락망이라는 명목으로 채무자의 가족, 지인, 회사 등 연락처를 확보했다. 연락처는 불법 추심에 이용됐다.
그는 다른 사람 명의의 계좌와 휴대전화를 사용했다. 범죄에 사용할 목적으로 대포폰 업자에게 유심칩 구입대금을 지급하고 타인 명의로 개통된 유심칩을 구입해 이를 공기계 휴대전화에 장착했다.
각기 다른 국제전화번호로 피해자들에게 협박 메시지를 전송하기도 했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이러한 혐의를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평소 그가 사용하던 가명인 '풍실장'이라는 표현이 문자메시지에 포함된 점, 추심의 시작을 알리는 피고인의 마지막 카카오톡 전송 시각으로부터 불과 37분 뒤에 메시지를 보낸 점이 고려됐다. 피해자가 돈을 빌린 다른 대부업자들 중에 '풍실장'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사람이 없었고 다른 대부업자들은 욕설이나 협박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낼 이유가 없다는 점도 참작됐다.
재판부는 "각 문자메시지는 모두 피고인이 여러 차례 언급한 추심팀이라는 곳에 속해 있는 이가 보낸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피고인이 추심팀과 함께 일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므로 피고인의 공모관계는 넉넉히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폭력 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는 것을 비롯해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선 아내와 함께 어린 아들을 양육하고 있고 가족과 지인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이 유리한 정상으로 받아들여졌다.
판결문에는 김씨의 범행 수법이 상세히 설명돼 있었다. 피해자들은 지인 연락처를 담보로 살인적인 고금리 대출을 받았고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 반복적인 불법 추심에 시달리며 공포에 휩싸였다. 자신뿐만 아니라 부모와 직장 동료 등에게도 협박이 가해지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에 내몰렸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던 김씨는 선고 직후 법정 구속됐다. 앞서 검찰은 김씨에게 징역 8년을 구형한 바 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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