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기름값 2000원 넘었어… 그냥 차 폐기하고 버핏의 '옥시덴털'이나 살까?"
파이낸셜뉴스
2026.04.11 15:00
수정 : 2026.04.11 15:42기사원문
중동 전쟁이 쏘아 올린 2000원 유가 쇼크… 주유소 영수증을 '배당 통지서'로 바꾸는 3040의 생존법
[파이낸셜뉴스] 셀프 주유기의 차가운 철제 노즐을 움켜쥔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간다. 화면에 '5만 원'을 입력하고 방아쇠를 당기자, 미터기의 결제 금액 숫자가 카지노 룰렛처럼 미친 듯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반면 주유량(L)을 나타내는 숫자는 얄미울 정도로 굼뜨다.
불과 몇 분 뒤, 허무하게 울리는 '딸깍' 소리. 기름 냄새를 털어내며 운전석에 돌아와 시동을 걸었지만, 연료 게이지 바늘은 절반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멈춰 선다. 내 손으로 직접 무거운 호스를 들고 주유를 했는데도 눈뜨고 지갑을 털린 듯한 허탈감. 운전대를 꽉 쥔 40대 가장의 입에서 깊은 탄식이 샌다.
농담처럼 툭 던진 홧김의 한마디 속에는, 리터당 2000원대 기름값을 온몸으로 맞아야 하는 서민의 뼈아픈 현실과 자본주의적 딜레마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 미친 듯이 도는 주유기 미터기… 인플레이션의 역습
벚꽃은 만개했지만 3040 세대의 가계부에는 때아닌 한파가 닥쳤다. 서울 시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돌파하며 심리적 마지노선을 완전히 붕괴시켰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이후 약 3년 8개월 만에 찾아온 '2,000원 시대'의 귀환이다.
전국 최고가는 이미 2,500원을 위협하고 있다. 주말 나들이조차 망설여지게 만드는 높은 유가는 평범한 직장인들의 가계 경제를 팍팍하게 조여오고 있다.
■ 중동의 포탄이 때린 내 지갑… '2000원 주유소'는 시작일 뿐인가
문제는 이 끔찍한 주유소 영수증이 단순한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전면전 위기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제 유가에 기름을 부으면서, 에너지 공급망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중동에 떨어진 포탄의 파편이 태평양을 건너 내 지갑을 정밀 타격하고 있는 셈이다.
유가 상승은 물류비와 제조 원가를 밀어 올리고, 결국 다가올 여름의 전기세와 가스비 등 공공요금의 연쇄 폭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3040의 영수증은 이제 방어할 수 없는 손실의 기록지가 되어버렸다.
■ 차라리 주유소 사장님과 동업을…버핏의 '에너지주' 방어전
하지만 영리한 투자자들은 한탄 대신 '헤지(Hedge·위험 분산)'를 택하고 있다. 지난주 애플 편에서 강조했던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의 행보가 힌트다.
버핏은 유가가 요동칠 때마다 정유사인 옥시덴털 페트롤리움(OXY)의 지분을 무서운 속도로 사들이며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비싼 기름값을 지불하며 인플레이션의 피해자로 남는 대신, 유가 상승의 이익을 공유받는 주주가 되어 손실을 수익으로 상쇄하는 전략이다.
옥시덴털 같은 에너지 기업은 고유가 시기에 막대한 현금을 벌어들여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쏟아붓는다.
내가 낸 기름값이 돌고 돌아 내 계좌의 '달러 배당금'으로 입금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 맹목적 추종은 금물… 고지서를 찢고 '주주의 시선'을 갖추는 법
물론 가장 직관적이고 당면한 대응은 당장 운전대를 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씀씀이를 줄이는 '절약'일 것이다.
3040 가장들 역시 이미 지갑을 닫고 일상 속 방어전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개인의 허리띠를 졸라매도, 전쟁과 패권 다툼이 만들어낸 거대한 인플레이션의 파도를 온전히 막아내기엔 역부족인 시대다. 우리가 뼈아픈 절약을 넘어, 유가 상승의 충격을 흡수해 줄 '자본의 방패'를 추가로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핵심은 기름값 2000원짜리 영수증 앞에서 무력하게 화만 내는 약자로 남지 말고, 인플레이션의 파도를 어떻게 자본의 방어와 성장으로 치환할 것인지 고민하는 주주의 시선을 갖추자는 데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자산관리 전문가는 "자원 무기화로 인한 고유가는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거시적 변수"라며 "고지서를 보며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인플레이션의 흐름을 이해하고 자산을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진정한 자본주의적 생존 기술"이라고 조언했다.
미친 듯이 올라가는 주유기 미터기는 이제 3040 세대에게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다. 평생 물가 상승에 탄식하는 소비자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그 위기를 자본의 지혜로 극복해 나가는 영리한 주주가 될 것인가. 그 치열한 고민이, 오늘날 대한민국 가계부의 새로운 생존 공식이 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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