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깬 '3차 석유 최고가격 동결'…재정 부담 가중 우려
연합뉴스
2026.04.12 07:01
수정 : 2026.04.12 07:01기사원문
국제 경윳값 23.7% 폭등에도 2차 가격 고수…산정 기준 논란 "위기 속 에너지 소비 역행…석유 최고가격제는 단기 수단"
원칙 깬 '3차 석유 최고가격 동결'…재정 부담 가중 우려
국제 경윳값 23.7% 폭등에도 2차 가격 고수…산정 기준 논란
"위기 속 에너지 소비 역행…석유 최고가격제는 단기 수단"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국제유가 변동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3차 석유 최고가격을 2차와 같은 가격으로 동결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가 29년 만에 처음으로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하면서 내세웠던 '국제유가 원동 원칙'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실제 시장 가격과의 괴리가 국가 재정에 심각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 흐름을 살펴보면 3차 석유 최고가격은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였다.
최고가격은 아시아 시장 벤치마크인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의 최근 2주간 평균 변동률을 반영해 산정된다.
MOPS 변동률만 고려하면 3차 최고가격은 인상 요인이 컸다. MOPS 기준으로 지난 2주간 휘발유 가격은 1.6%, 경유 가격은 23.7%, 등유 가격은 11.5% 각각 상승했다.
비록 지난 8일 미국과 이란의 2주 휴전 합의로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급락하긴 했지만 고시 가격 산정 기준이 되는 MOPS의 2주간 등락률은 상당폭의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민생 부담을 고려해 최고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정부는 10일 0시를 기해 적용된 3차 최고가격을 휘발유 리터(L)당 1천934원, 경유 1천923원, 등유 1천530원 등 2차 고시 가격 그대로 동결했다.
특히 경유의 경우 인상 폭이 20%를 상회했음에도 화물차 운전자와 택배 기사, 농어민 등 생계형 수요자의 보호를 이유로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지난 2주간 국제 석유제품 가격은 이전에 비해 상승했지만, 지난 8일 미국과 이란의 휴전 발표로 유가가 급락하면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고, 민생 물가에 석유 가격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윳값 동결 혜택이 대형 SUV나 외제 차를 모는 비생계형 소비자에게까지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더 큰 문제는 인위적인 가격 억제로 인한 재정적 부담이다.
국제유가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지 못해 발생하는 정유사의 손실은 정부가 사후에 보전해줘야 한다.
양 실장은 이에 대해 "석유 최고가격제가 6개월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목적 예비비로 4조2천억원을 잡았다. 최고가격제 적용이 얼마나 길어질지 몰라 불확실하지만, 현재 재원에 비춰볼 때 크게 부담이 되지 않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차 최고가격 산정 당시에도 국제유가 상승분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해 정유사 손실액이 누적돼온 상황에서 국제유가와의 괴리가 커질수록 재정 투입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수요 관리 측면에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한국석유관리원의 주유소 판매량 통계에 따르면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에너지 위기 국면임에도 불구하고 기름 소비는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이 포착됐다.
3월 둘째 주와 넷째 주를 비교하면 휘발유는 24.7%, 경유는 16.3%나 더 많이 팔렸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석유 가격을 억누른 탓에 소비자들이 절약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부작용이 나타난 셈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전 세계가 소비를 줄이며 위기에 대응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소비가 줄지 않고 있다"며 "최고가격제로 인해 소비자들이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현 상황이 정책적으로 옳은 방향인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석유 최고가격제가 단기적으로 가격 급등 속도를 억제할 수 있지만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산업연구원 이홍 부연구위원, 홍성욱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2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석유 최고가격제는 단기적으로 가격 급등 억제와 소비자 부담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도 "정책이 장기화할 경우 재정 보전 확대나 물량 축소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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