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에 1명씩"…감정소모 싫은 MZ의 '로테이션' 소개팅
뉴스1
2026.04.12 08:00
수정 : 2026.04.12 09:46기사원문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 모 씨(31·남)는 지난달 3만 원의 참가비를 내고 '로테이션 소개팅'에 참석했다. 남녀 7명씩 모인 대관된 카페 안에서 소개팅은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됐다. 방법은 간단했다.
15분 동안 1대 1로 대화를 한 다음에 다른 참가자와 다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대화를 모두 마치고 나선 마음에 드는 참가자 2명을 정해서 주최 측에 제출했다.
김 씨는 로테이션 소개팅에 참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연애를 오래 쉰 상태에서 사람은 만나고 싶은데, 한 명을 만나기 위해 몇 시간씩 소요해야 하는 소개팅은 부담스러웠다"며 "다양한 사람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데다가, 첫인상이 중요한 소개팅 기회를 한 자리에서 여러 번 누릴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1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20~30대 청년들 사이에서 로테이션 소개팅이 유행이다. 남녀가 5~10명씩 모여 1 대 1로 10여분씩 대화를 나눈 다음, 자리를 바꿔 소개팅을 진행한다. 한 자리에서 여러 명의 이성과 소개팅 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효율적인 관계 맺기를 선호하는 청년층의 트렌드를 반영한단 분석이 나온다.
효율성 높고, 부담은 적고…"하루 6시간 동안 12명과 대화"
로테이션 소개팅에 참석한 이들은 1 대 1 소개팅보다 만남과 거절에 대한 부담감이 적은 데다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들었다.
최근 성남시가 여는 로테이션 소개팅인 '솔로몬의 선택'에 참가한 임 모 씨(35·남)는 "소개팅에 들어가는 시간도 그렇고 비용도 그렇고 로테이션 소개팅이 효율적이라 끌렸다"며 "다녀온 후 조건이 맞는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을 많이 했고 단체 소개팅에 또 참여해 볼 만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임 씨는 하루 6시간 동안 총 12명의 여성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름과 MBTI가 적힌 명찰을 매고 양옆과 앞에 있는 여성들과 대화를 나누고, 한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과 팀별로 퀴즈를 푸는 프로그램도 진행돼서 처음 본 사이에도 비교적 쉽게 대화를 끌어나갈 수 있었다.
임 씨는 "호감이 있었는데 대화시간이 짧아 아쉬운 경우엔 사람을 지정해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커피 쿠폰' 제도도 있었다"며 "전문 MC들이 잘 이끌어줘서 아이스 브레이킹도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소개팅마다 참가자들의 어색함을 줄여줄 수 있는 나름의 '콘셉트'와 프로그램이 있다는 점도 로테이션 소개팅의 장점으로 꼽힌다.
예컨대 김 씨가 참석한 로테이션 소개팅은 LG트윈스 팬들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야구 포지션에 빗대어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김 씨는 "공통 관심사로 묶어주다 보니까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어색하면 어떻게 할지 등 고민을 줄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틴더나 소개팅 앱을 통한 만남과는 달리 어느 정도 신원이 명확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로테이션 소개팅의 문턱을 낮춘다. 로테이션 소개팅을 위해선 자기소개서 등 서류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 씨는 "혼인관계증명서나 재직증명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이상한 사기꾼은 걸러지겠다 싶었다"며 "또한 이런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올 정도면 연애나 결혼에 대한 의지가 나와 비슷하겠다는 안도감도 들었다"고 했다.
SNS에는 와인 파티, 솔로 파티 등 다양한 콘셉트를 기반으로 한 로테이션 소개팅 후기들이 공유되고 있다. 로테이션 소개팅을 며칠간 진행하는 '합숙' 콘셉트도 있다. 유명 연애 예능 프로그램인 '하트시그널' 등을 표방해 며칠간 다수의 남녀를 모아 합숙하게 하고 만남을 주선하는 로테이션 소개팅 프로그램이다.
전문가 "감정소모 최소화하고픈 MZ세대"…신원 확실한 가벼운 만남 '장점'
전문가들은 관계를 형성할 때 감정 소모를 최소화하고 효율적으로 특정한 목적을 성취하고 싶어 하는 MZ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유행이라고 분석했다.
이수진 트렌드코리아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Z세대일수록 감정 소모를 하고 싶지 않아 하고 효율적으로 관계 맺는 것을 추구한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는 다양한 사람과 한 번에 만나서 원하는 상대를 찾겠다는 전제에 대해서 기분 나빠하지도 않고 용인한다"며 "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그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의 특징이 반영된 트렌드"라고 분석했다.
또한 부담 없이 가벼운 모임인데도 불구하고 신원이 어느 정도 확실한 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청년층에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벼운 관계를 표방하며 최근 몇 년간 대중화된 틴더 등 만남 앱의 장점은 살리면서도, 상대의 신원이 명확하지 않다는 단점은 극복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틴더 등 앱에선 상대로부터 알고 싶은 것만 딱 파악해서 마음에 안 들면 제친다. 이런 온라인 관계 맺기의 생리를 오프라인에 적용한 게 로테이션 소개팅"이라며 "다만 앱에선 사진 왜곡이나 도용이 심한데, 로테이션 소개팅은 상대를 미리 검증해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의 한계점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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