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노조 경영간섭 심해질 것"… 노조는 '밥그룻 싸움' 격화

파이낸셜뉴스       2026.04.12 18:28   수정 : 2026.04.12 18:28기사원문
원청 사용자성 대부분 인정
교섭 부담에 행정·비용 가중
거대 노총 중심 교섭 가능성
미가맹 참여 비중 10% 안돼

최근 하청노조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및 교섭단위 분리 허용 판단이 잇따라 나오면서 경영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노동위원회의 판단이 대다수 하청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기존에 우려됐던 '복수의 무리한 교섭'이 현실화되고, 경영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사용자성 인정과 교섭단위 분리가 확산될 경우 규모가 큰 노조를 중심으로 '밥그릇 싸움'이 격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용자성 사실상 전면 인정"

12일 고용노동부와 노동위원회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하청노조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은 대부분 인정됐다.

최근 노동위 판단을 보면 일부 교섭단위 분리에 제동을 걸면서도 최소 한 건 이상의 교섭 의제에 대해서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모습이다. 하청노조와의 교섭 필요성이 대거 인정되는 양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노동위가 원청의 사용자성을 사실상 전면 인정하는 방향으로 판단을 이어가고 있다"며 "원청노조와의 교섭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교섭 부담과 경영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향후 이뤄질 교섭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하청노조와의 교섭'이라는 새로운 틀에서 어떤 의제가 제기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법 개정으로 사업경영상 결정에 대해서도 노조가 노동쟁의를 할 수 있게 된 점 역시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경영계 관계자는 "공급망 재편이나 하청구조 변경과 같은 경영·전략적 결정에도 하청노조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사실상 정상적인 기업 경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행정·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대노조 중심 교섭 우려

원·하청 간 교섭이 거대노총 중심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여전히 높다. 상급단체에 속하지 않은 미가맹 노조의 참여 비중이 10%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개정법 시행(3월 10일) 이후 이달 10일까지 총 372개 원청을 대상으로 1011개 하청노조가 교섭을 요구했다.

이를 상급단체별로 보면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하청노조가 549곳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382곳이었다. 미가맹 하청노조는 80곳에 불과했다.

원청 교섭을 요구한 하청노조 중 양대 노총이 약 92%를 차지한 반면, 미가맹 노조 비중은 7.9%에 그쳤다. 조합원 수 기준으로도 미가맹 노조는 9650명으로 민주노총 11만1595명(76.5%), 한국노총 2만4615명(16.9%)에 비해 규모가 훨씬 작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원청에 대한 하청노조의 교섭권이 제한되면서 노조 조직률 자체가 낮았던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포항·광양제철소 협력업체 직원 7000명 직접고용이라는 결단을 내린 포스코가 거대노조 간 갈등의 첫 사례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포스코 직원으로 구성된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공감대 형성이란 절차를 무시한 일 처리"라고 지적했고, 협력사 직원으로 구성된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측은 "노조를 배제한 채 발표하는 것은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불법파견 문제를 축소·왜곡하려는 기만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직접고용은 노란봉투법과 무관한 결정"이라며 하청노조와의 분리교섭에 대해서는 "향후 관련 법령이 정하는 선에서 교섭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김동찬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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