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도 반도체 슈퍼사이클 못 꺾어 … "내년 상반기까지 호황"

파이낸셜뉴스       2026.04.12 18:44   수정 : 2026.04.12 19:01기사원문
한은 "과거보다 수급불균형 심화"
AI수익성·中기업 추격 등이 변수
내년 이후 호황 흐름 예측 어려워
삼성·SK "고부가 생산·선별 투자"

글로벌 빅테크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우리나라 수출을 떠받치는 '반도체' 경기 확장세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 분석이 나왔다. 중동 사태도 AI 산업에 대한 기대감을 깨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AI 투자 지속성과 수익성, 공급 확대 속도 등 변수에 따라 확장세의 향방은 유동적인 만큼 주요 기업들도 수요 가시성에 맞춘 선별적 투자와 생산 구조 고도화로 대응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AI發 수요 폭증…"호황 길어진다"

12일 업계와 한국은행이 발표한 '글로벌 반도체 경기 확장세 지속가능성 점검'에 따르면 반도체 수요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과거 △스마트폰 대중화(2013~2015년) △클라우드 확대(2017~2018년) △비대면 활동 증가(2020~2021년) 등의 기세를 넘어섰다는 진단이다.

주욱·이택민 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 과장은 "AI 서비스가 확산되고, 데이터센터 투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메모리 제품 구성이 다양화되는 가운데 전 품목에 걸쳐 수요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반면 고성능 제품의 기술적 어려움으로 공급 증가 속도는 더디다"고 짚었다.

실제 고대역폭메모리(HBM)는 공정 난도가 높고, 장비 도입 및 적용이 필요해 제품 양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메모리 기업들이 과거 급격한 수요 위축과 감산을 겪은 경험으로 다소 보수적인 증설 기조를 유지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주 과장은 "생산라인이 충분하지 않은 범용 D램 생산라인을 HBM으로 전환함에 따라 D램 수급도 타이트해지고 있다"며 "이번 확장세는 공급 제약으로 인해 수급불균형이 과거에 비해 크고 길어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했을 때, 이번 메모리 확장기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글로벌 경제성장을 갉아먹고 있는 중동 사태도 반도체 경기를 꺾을 순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 과장은 "국제유가 상승은 데이터센터 운영비용을 높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투자가 위축되지는 않는다"며 "중동산 소재·장비의 공급 차질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아직은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 이후 흐름, 예측 어려워"

다만 이번 반도체 확장세의 지속 기간은 매우 유동적일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경기 전환 시점은 △AI 투자의 수익성 검증 시기 △빅테크의 지속적인 자금 확보 여부 △AI 모델의 기술 효율성 진전 양상 △메모리 생산업체의 증설 속도 △중국 기업의 추격 속도 등에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이후 흐름도 예측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주 과장은 "내년 이후 AI 인프라 투자를 지난해나 올해 같은 속도로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데이터센터 전력 문제, 빠른 감가상각, 가동률 부진 가능성 등 수익성 악화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빅테크 내부 재원으로는 AI 투자 확대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변수다. 이에 자사주 매입을 축소하고 회사채를 찍어 자금을 조달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런 흐름이 가속화될 경우 일부 기업은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오르는 등 신용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주 과장은 "자금조달 규모가 확대되면서 행태가 다양해지는 점은 자연스럽지만 잠재적 취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표 국내 반도체사들은 수요 확대 및 미래 가치를 위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수요를 과도하게 앞질러가는 공격적 증설보다는, 실제 수요 가시성에 맞춰 생산능력(캐파)을 늘리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며 "특히 선단 D램, HBM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생산 구조를 전환하면서 수익성과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관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AI 수요가 견조한 만큼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춘 투자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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