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나는 나랏빚, 적극재정 속 건전성 지켜내야
파이낸셜뉴스
2026.04.12 19:15
수정 : 2026.04.12 19:15기사원문
국가채무 느는데 생산위축 악순환
재정관리기준, 지출순위 정립하길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9%로 1년 만에 3%p 높아졌다.
국가채무비율은 한 나라가 빚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 비율이 단기간에 급등했다는 것은 국가의 경제주체들이 벌어들이는 소득에 비해 빌린 돈이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의미다. 중동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 부족이 국내 기업의 생산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가채무 증가, 경제성장 부진, 상환능력 감소의 악순환이 우려된다.
이미 올해 728조원 규모의 최대 예산이 편성돼 집행되고 있는 가운데 26조2000억원의 슈퍼 추경까지 국회를 통과한 상태다. 세액공제와 각종 감면 형태로 이뤄지는 조세지출까지 합치면 올해 정부 지출 규모는 800조원을 웃돌게 된다. 전반적인 지출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재정여력이 빠듯한 상황에서도 정부는 3차 석유 최고가격을 2차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했다. 원칙대로라면 국제 석유제품 가격 변동률을 반영해 상당폭 인상이 불가피했지만 민생 부담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유보한 것이다.
이처럼 인위적인 가격 억제는 추후 정유사의 손실을 재정으로 보전해야 하는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재정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위기 국면에서 원칙 없는 가격정책은 소비 왜곡을 낳아 오히려 수요를 유지하거나 늘리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단기 처방에 치우친 재정운용은 결국 민생에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의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4조원으로 역대 네 번째로 큰 규모였다. 2024년 이후 올해까지 3년 연속 재정적자가 100조원대를 넘길 가능성도 크다. 과거에는 재정적자 규모를 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재정준칙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지만 지금은 사실상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고령화 등 대규모 재정지출 압력에 대응해 세입 확충과 재정수지 목표를 명확히 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 중 누가 이런 권고를 실질적으로 추진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속가능한 적극재정'과 '황금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 재정지출을 통해 성장을 이끌고 그 성과가 재정확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구상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재정관리기준을 구체화하고 지출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하는 실질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과 건전성 사이의 균형을 제도적으로 담보하지 못한다면 나라살림에 대한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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