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못내려갑니다. 저는 볼넷 고르고 훔치고 냅다 뜁니다"... 김혜성이 다저스에서 살아남는 법
파이낸셜뉴스
2026.04.12 19:34
수정 : 2026.04.12 19:34기사원문
볼넷 고르고 베이스 훔치고… 빅리그 홀린 9번 타자의 '발야구'
145km 싱커 뚫어낸 전력 질주… 투지로 빚어낸 '내야 안타'
타율 0.364' 다저스의 알토란... 김혜성의 생존은 계속된다
[파이낸셜뉴스] 메이저리그라는 거대한 무대는 화려한 홈런포만큼이나 묵묵히 1루를 향해 달리는 성실함이 빛을 발하는 곳이다.
치열한 생존 경쟁 한복판에 서 있는 김혜성(LA 다저스)이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김혜성은 12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MLB)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 경기에 9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볼넷 1도루로 맹활약했다. 다저스는 6-3 승리로 2연승을 내달리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굳건히 지켰다.
전날 희생플라이로 시즌 첫 타점을 신고하며 예열을 마친 김혜성의 진가는 4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드러났다. 텍사스의 우완 선발 잭 라이터를 상대로 예리한 선구안을 발휘하며 볼넷을 골라낸 것.
하이라이트는 1루 출루 직후였다. 상대 배터리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은 김혜성은 거침없이 2루를 훔치며 시즌 첫 도루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후속 타자 오타니 쇼헤이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단숨에 득점권 찬스를 만들어내는 김혜성의 발은 상대 마운드에 충분한 압박감을 선사했다.
팀이 5-1로 여유 있게 앞선 6회말 2사 2루 찬스. 김혜성의 방망이가 다시 한번 매섭게 돌아갔다. 텍사스의 좌완 불펜 타일러 알렉산더가 던진 시속 90.6마일(약 145.8㎞)의 날카로운 싱커를 끝까지 따라가 타구를 만들어냈다.
유격수 코리 시거가 타구를 막아내며 적시타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김혜성은 1루를 향해 전력으로 질주하며 기어코 내야 안타를 만들어냈다. 어떤 타구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의 성실함과 투지가 빚어낸 값진 결과물이었다.
이날 활약으로 김혜성의 시즌 타율은 0.375에서 0.364(11타수 4안타)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3할 중반대의 훌륭한 타격감을 유지 중이다. 무엇보다 하위 타선에서 확실하게 출루하고 누상을 흔들어주는 선수가 있다는 것은 벤치와 팬들에게 크나큰 신뢰와 행복감을 안겨준다.
슈퍼스타 오타니가 1회 선두타자 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밥상을 화려하게 차렸다면, 김혜성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밥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소금 같은 역할을 해냈다. 빅리그라는 정글에서 '눈야구'와 '발야구'라는 자신만의 확실한 무기로 든든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김혜성의 행보에 팬들의 응원과 박수가 쏟아지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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