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총선, 오르반 16년만에 권좌에서 내려와·EU·나토와 관계 회복 전망

파이낸셜뉴스       2026.04.13 11:17   수정 : 2026.04.13 11:1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헝가리를 16년간 통치하며 유럽 내 강권 통치의 상징으로 군림해온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권좌에서 물러나게 됐다.

AP통신과 BBC방송 등 외신은 12일(현지시간) 치러진 헝가리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오르반의 권위주의 정책과 극우 행보 대신, 유럽연합(EU)과의 관계 회복을 내걸고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 인물을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약 90% 개표율 속에 페테르 마자르가 이끄는 티사(Tisza)당이 53.7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37.65%를 얻은 오르반의 피데스(Fidesz)당을 앞섰다.

티사당은 전체 106개 선거구 중 94곳에서 승리가 확실시되고 있다.

마자르는 과거 오르반의 충성파였으나 정권의 부패를 폭로하며 야권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그는 거창한 이데올로기 대신 보건 의료, 대중교통 등 일상적인 민생 문제와 반부패 정책을 앞세워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헝가리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총선 투표율은 약 80%로 민주화 이후 가장 높았으며 국민들이 정권 교체를 원했음을 보여줬다.

시민들은 부다페스트 거리로 쏟아져 나와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승리를 자축했다.

마자르 당선인은 승리 연설에서 "오늘 밤, 진실이 거짓을 이겼습니다. 헝가리 국민은 국가가 무엇을 해줄지 묻지 않고, 자신들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여러분이 그 답을 찾아냈습니다"라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는 "고통스러운 결과"라며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승리한 정당에 축하를 보낸다"며 "이제 야당의 자리에서 헝가리 조국을 섬기겠다"고 밝혔다.

마자르의 승리로 헝가리는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관계 정상화를 예고했다.

오르반은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밀착하며 EU와 나토 내에서 사사건건 제동을 걸어왔다.

특히 최근에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900억유로(약 157조원) 규모의 EU 지원안을 거부해 내부의 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유럽 정상들은 즉각 마자르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으며,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가 EU 내 의사 결정 구조를 정상화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헝가리는 유럽을 선택했다. 유럽은 항상 헝가리를 선택해왔다"며 앞으로 EU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키어스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헝가리 뿐만 아니라 "유럽의 민주주의를 위한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밝혔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헝가리의 유럽 복귀를 환영한다고 축하 성명을 냈다.

BBC는 마자르의 승리는 특히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라고 보도했다.

일부 시민들은 거리에서 "러시아인은 집으로 돌아가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는 1956년 헝가리 반소비에트 혁명 당시 사용된 구호로 그동안 오르반 정권이 보인 친러시아 행보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얼마나 컸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헝가리는 EU와 나토 회원국이면서도 오르반은 노골적인 친러 행보를 보이며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를 반대했다.

오르반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시도를 강력히 저지했으며 크렘린궁은 오르반을 통해 서방 체제 내부를 흔드는 불안정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고 BBC는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부다페스트의 새 행정부를 포섭하기 위해 다각도로 접근할 것이며, 여전히 활용 가능한 몇 가지 카드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에너지로 오르반 집권기 동안 헝가리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는 심화되었다.

러시아 문제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유럽 내 경제 상황 악화와 에너지 수급난을 틈타 내부 분열을 조장하는 전략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가장 강력한 우군을 잃게 된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동유럽 내 영향력 행사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새로운 헝가리 정부가 서방과의 공조를 강화할 경우, 러시아는 그동안 공들여 쌓아온 유럽 내 친러 거점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크렘린궁이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어떤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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