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키우려다 성기능 잃는다…스테로이드의 두 얼굴

파이낸셜뉴스       2026.05.09 07:00   수정 : 2026.05.09 0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호르몬은 생명의 진화와 함께 종에서 종으로 전달되고 발전했다. 생명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존재할 화학물질이 있다면 바로 '호르몬'이다. 이런 의미에서 호르몬은 불멸이다.

안철우 교수가 칼럼을 통해 몸속을 지배하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삶을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약물로 개발해서 다양한 질환에 치료제로 사용된다. 남성호르몬이 부족해 발육이 부진한 청소년이나, 남성호르몬 감소로 골밀도가 현저히 떨어진 노인, 갱년기 이후 골다공증이 발생한 여성들에게도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치료가 도움이 된다.

그런데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엉뚱한 용도에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근육을 키우려는 보디빌더들, 더 높은 기량을 내고 싶은 스포츠 선수들이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똑같이 운동을 해도 단기간에 엄청난 근육과 파워가 생기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유혹에 빠진다.

하지만 약물을 통해 기량을 높이는 것은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며 건강상으로도 큰 위험을 초래한다. 이에 올림픽을 비롯한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병원 처방 이외에는 불법이지만 안타깝게도 상당수의 보디빌더들이 암암리에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초래하는 건강상의 위험은 무엇일까?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고용량으로 장기간 사용한 남자들은 엄청나게 큰 근육을 가질 수 있지만 그 대가로 고환이 작아지고 정자 생산이 중단된다. 이는 외부에서 남성호르몬이 인위적으로 유입되면서 스스로 남성호르몬 분비를 중단하기 때문이다. 또한 남성호르몬 감소로 에스트로겐이 작용하여 가슴이 여성처럼 발달하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피부가 심하게 지성이 되고 여드름이 심해지고 지방간, 심장병, 뇌졸중,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암 등의 발병률이 높아진다. 겉으로 보기에는 근육이 불끈불끈한 파워풀한 외모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종합병원이나 다름없다.

여성들은 외모가 점점 남성화된다. 몸 전체에 털이 나고 목소리가 남성처럼 저음이 된다. 생리가 멈추고 유방위축, 자궁위축, 음핵비대증이 나타난다. 근육이 너무 빨리 커져서 몸 곳곳에 튼살이 생기고 안드로겐성 탈모 증상에 시달릴 수 있다.

그렇다면 카타볼릭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은 무엇일까? 쿠싱증후군이 바로 카타볼릭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살이 많이 찌고 얼굴이 둥글게 부풀어오르고 고혈당, 심혈관 질환에 시달린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부작용과 차이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탈모, 다모증, 심한 지성피부 등 여성의 외모가 남성화되고 남녀 모두에서 성기능이 악화되는 것은 같다. 이것은 코르티솔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남성호르몬처럼 작용하거나, 혹은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코르티솔이 성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여러 동물실험을 통해 증명되었다. 2005년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 대학의 생물학과 연구팀은 임신한 암컷 흰점찌르레기들의 코르티솔 수치를 인위적으로 높인 후 어떤 새끼들이 태어나는지 1년 동안 관찰했다. 그 결과 수컷들은 부화 전에 상당히 많이 죽어버려서 암컷 새끼의 개체수가 훨씬 많아졌다. 그나마 태어난 수컷들은 성장 속도가 매우 느리고 몸집이 작았다.

어미가 받는 스트레스가 아예 태아의 성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2009년 호주 시드니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코르티코스테론이라는 동물에서 주로 발견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에 노출된 재키드래곤(도마뱀의 일종)의 알은 부화 속도가 느려지고 암컷이 더 많이 태어났다. 반면에 둥지도마뱀은 코르티코스테론으로 인해 부화 속도가 더 빨라졌고 수컷이 더 많이 태어났다.


2011년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교 동물학 연구팀은 암컷 모기물고기에 고용량의 스트레스 호르몬을 투여한 후 외모와 행동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암컷 모기물고기의 항문 쪽 지느러미가 수컷처럼 길쭉한 모양으로 바뀌었고 다른 암컷과 짝짓기를 시도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직접적으로 암컷의 생식기에 영향을 미치고 성정체성까지 바꿀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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