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와 상징자본

파이낸셜뉴스       2026.04.13 18:13   수정 : 2026.04.13 18:39기사원문

넷플릭스를 통한 BTS 복귀에 대한 관심은 이례적이었다. 많은 화제를 낳았고, 논란도 있었지만 대단한 메가 이벤트였다는 것만큼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은 넷플릭스를 통해 생중계되었고, 77개국에서 쇼 부문 1위에 올랐다.

K팝에 대한 글로벌한 관심도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아카데미에서도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하면서 대중적 성공과 함께 비평적 성취까지 거머쥐었다. 앞선 사례들은 K컬처와 이를 확산시킨 미디어의 영향력을 보여주며, 문화적으로 변방에 있던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주목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넷플릭스와의 협업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시사한다.

내수시장이 작고 동아시아에 위치한 대한민국이 대중문화를 주도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비전은 상상조차 어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자국 콘텐츠에 대한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콘텐츠 제작 시장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문화적 변방에서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이 때문에 미디어 산업에 대한 주목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내수시장에서 성장동력을 찾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대중문화와 콘텐츠가 글로벌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위기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미디어가 가진 속성상 직접적 이윤창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는 두 가지다. 첫 번째, 구조적 한계에 봉착한 국내 미디어 산업이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마련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직접적 가치창출 이외에 미디어가 대한민국에 기여하는 것이 크다는 것을 인식하고 간접적 가치창출을 위해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지원하는 것이다.

여기서 하고 싶은 얘기는 후자다. 21세기를 전후로 국가 차원에서 미디어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해 온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지금 대한민국 미디어가 누리고 있는 위상이 우연과 필연이 함께 작용해 주어진 선물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선물이 일시적 성과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국가적 대응이 필요하다.

영상 콘텐츠나 음악과 같은 문화산업은 경제적 가치도 지니지만 생산국의 문화를 알리고 국가를 브랜딩하는 역할을 한다. K팝을 레퍼런스로 삼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취는 K컬처의 힘을 보여주었고, BTS의 컴백 무대는 대한민국이 문화와 미디어를 통해 축적해 온 상징자본을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이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에 미디어를 통해 쌓은 상징자본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절실한 과제는 앞으로도 성공 사례가 축적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것과 이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위험을 여러 주체가 분산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다.
글로벌 사업자와 협력을 이어 나가는 동시에 국내 사업자의 해외진출을 독려할 수 있는 지원도 필요하다.

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상징자본은 결코 쉽게 획득되는 것이 아니다. K컬처의 힘을 체감할 기회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가치에 대한 조명과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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