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3법·노란봉투법과 사회적 비용

파이낸셜뉴스       2026.04.13 18:13   수정 : 2026.04.13 18:39기사원문
법은 '거래비용 최소화' 중요
'재판소원' 등 사법비용 폭증
대법관 늘려 인건비 크게 늘어
노봉법에 기업 노무비 가중
경영계의 우려에 일리 있어
거시 국가전략 고려 입법을

법경제학(Law and Economics)은 법의 제정과 해석, 집행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학문이다. 법을 단순히 '규범'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유인 구조(Incentive Structure)'로 파악한다. 법은 정의라는 추상적 가치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사회 전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인간의 후생을 극대화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거래비용의 최소화'를 강조한다. 법의 역할은 경제주체 간의 거래 비용을 줄여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돕는 제도적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법경제학적 관점이 아니더라도 모든 법은 궁극적으로 사회적 거래비용 최소화에 기여해야 한다. '더 적은 비용'으로 더 안전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법을 제·개정하는 과정에서도 일부 계층이 아닌 국민 전체의 복리와 후생을 극대화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이에 역행하는 법률이 많다.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은 재판소원제, 법왜곡죄,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한다. 재판소원제는 분쟁의 장기화와 사법적 불확실성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 대법원 확정판결 후에도 법적 관계를 확정 짓는 데 드는 시간과 정보탐색 비용인 거래비용(Transaction Costs)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법왜곡죄는 판사나 검사가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할 '인센티브'를 약화시킨다. 수사나 재판 결과가 정치적 이해관계와 충돌할 때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는 사법적 중립성이라는 공공재를 훼손하는 비용으로 나타난다. 기업 활동에 있어서도 법률적 리스크와 소송 대응비용을 높이는, 대리인 비용(Agency Costs) 상승 결과를 가져온다.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26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리면서 인건비, 보좌인력 등 막대한 행정적 비용이 추가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연간 약 1만2000건에서 1만5000건의 재판소원 사건을 예상하며, 5년간 비용이 최소 63억6100만원부터 최대 187억7400만원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대법관 증원에 따라 추산되는 비용은 수십억원에서 최대 1조7000억원까지 큰 차이가 난다. 인건비만 고려하느냐, 청사 신축비용을 포함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어찌 되었든 사법 3법 도입으로 전체적인 사법시스템 운영을 위한 공적 자본 투입이 급증하며, 시장의 예측 가능성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인해 기업이 부담해야 할 추가 비용이 공식적으로 집계된 수치는 없다. 다만 노란봉투법 도입으로 불법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가 25% 제한될 경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연간 0.17%(3조8000억원), 총일자리 6만8000개, 총실질소비가 100억원 각각 감소한다는 연구결과(파이터치연구원)가 있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어도 불법파업에 따른 피해액을 온전히 보전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는 분명하다.

원청기업이 하청노조와도 직접 협상해야 하는 데 따른 행정적·시간적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하청노동자의 임금 인상 요구가 원청으로 향하면서 인건비 부담도 커진다. 쟁의행위(파업)의 대상 범위가 확대되면서 파업 및 분쟁 대응비용도 늘어난다. 생산차질 및 공기지연에 따른 손실액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기업의 법률 및 컨설팅 비용, 자문 비용 등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노란봉투법 시행 한달 만에 지난 9일까지 총 372개 원청사업장을 대상으로 1011개 하청 노조·지부·지회, 약 14만6000명이 교섭을 요구했다고 한다. 민간부문에서는 216개 원청을 대상으로 616개 하청노조가 교섭을 요구했고 공공부문은 156개 원청을 대상으로 395개 하청노조의 교섭요구가 있었다. 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 취지는 노사가 앉아서 얘기하도록 자주적 해결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경영계 우려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너무도 당연한, 어쩌면 하나마나한 말이다. 기업이 당장 압박을 받는 비용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나타나는 부담도 있을 것이다. 경영계가 우려하는 상황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말은 속단이다.

한국에 법경제학을 소개한 고 박세일 교수는 법의 경제적 분석에 그치지 않고, 국가의 번영과 제도개혁이라는 거시적인 국가전략에까지 연결한 바 있다.
사법 3법이든 노란봉투법이든 극히 일부 계층의 후생을 극대화하는 법일 것이다. 하지만 사회 전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전체 구성원의 후생을 극대화하는 수단은 아니다. 법이 거시적 국가전략에 필요한 수단이라는 인식이야말로 오늘날 법을 만들고 운용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다.

dinoh7869@fnnews.com 노동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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