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한달 만에 395건… 사전심사 통과 단 한건도 없었다
파이낸셜뉴스
2026.04.13 18:20
수정 : 2026.04.13 18:19기사원문
세차례 심의서 194건 모두 각하
대부분 '청구사유 부적합' 판단
법조계 "충분한 준비 없이 제기"
법왜곡죄 고발은 104건 접수돼
판사·검사·경찰 등 피의자로 입건
전국법관대표회의서 우려 목소리
한편 잘못된 법 적용을 한 법관·검사·경찰관 등을 처벌하는 '법왜곡죄'는 한 달여 만에 100건이 넘는 고발로 이어지며 판결 위축 우려도 낳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재판소원은 시행 한 달째인 지난 11일까지 395건이 헌재에 접수됐다. 그러나 재판관 3인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의 세 차례 사전심사에서 심의된 194건은 모두 각하(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본안 판단 없이 종결하는 것)됐다. 대부분 청구사유가 부적합하다는 이유였다. 재판소원은 △헌재 결정에 반하는 재판으로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적법절차 위반으로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법·법률 위반이 명백한 경우 등에 한해 허용된다.
종합부동산세 시행령 적용을 문제 삼은 사건도 각하됐다. 청구인들은 무효인 옛 시행령 조항이 적용돼 재산권과 평등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청구인의 주장만으로는 대법원이 해당 시행령 조항의 위헌성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다하지 않은 채 그대로 재판에 적용하거나 위헌적으로 해석해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 대형로펌 재판소원팀 변호사는 "헌재가 청구인 주장대로 무효인 조항이라는 것을 적용했다고 볼 근거가 충분치 않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판단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민사·재산권 영역에서 대법원 판단을 존중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재산권 역시 헌법상 기본권인 만큼, 향후 헌법적 쟁점을 갖춘 사건에서는 판단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는 전망도 있다. 아울러 재판소원 심사 기준이 명확히 정립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아직 표본이 부족해 사전심사 통과 기준을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권 침해의 '명백함'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전심사 문턱을 다소 낮출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현재 사건들은 제도 도입 직후 충분한 준비 없이 제기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는 보다 정교한 사건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법왜곡죄 도입 이후 수사기관에 접수된 고발 사건은 빠르게 늘고 있다. 9일 기준 경찰에 접수된 법왜곡죄 사건은 104건으로, 다수의 판사와 검사, 경찰 등이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전국 평판사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정기 회의를 열고 법왜곡죄 등 사법개혁 3법 관련 사항을 논의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날 인사말로 "법관들의 불안과 걱정이 가중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전국 법원 수석부장 간담회에서는 형사법관에 대한 변호인 선임 지원 등 대응책도 논의됐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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