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세포는 살리고 암세포만 공격'… 항암 치료의 '내비게이션'을 완성했다

파이낸셜뉴스       2026.04.14 05:25   수정 : 2026.04.14 05:25기사원문
<26>숙명여대 김용기 교수팀
핵심 효소 'PRMT'의 작동 원리 체계화
부작용 줄인 차세대 항암제 길 열어

택배 상자를 열 때의 설렘, 기억하시나요? 대학 연구실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삶을 바꿀 놀라운 발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논문'이라는 두꺼운 포장지에 쌓여있을 뿐이죠. '언박싱 연구실'에서는 복잡한 수식과 이론 대신, 여러분이 알고 싶은 알맹이만 쏙 골라 담겠습니다. 자, 그럼 상자를 열어볼까요? 오늘 언박싱할 주인공은 바로 이 연구입니다.
[파이낸셜뉴스] 숙명여대 약학대학 김용기 교수팀이 암세포의 성장과 생존에 관여하는 핵심 효소 'PRMT'의 작동 원리를 하나의 지도처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이를 억제하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차세대 항암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치료


이번 연구는 암 치료의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항암 치료는 암세포 뿐만아니라 정상 세포까지 함께 공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몸이 약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치료를 받는 과정 자체가 힘든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PRMT를 조절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암세포는 특정 유전자에 문제가 생긴 상태가 많다. 이런 암세포는 PRMT 기능에 더 의존한다. 이 점을 이용하면 암세포만 골라 공격할 수 있다. 정상 세포는 그대로 두고 문제가 있는 세포만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미 세계 여러 제약회사들도 PRMT를 표적으로 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이런 흐름을 한눈에 정리해 준다. 어떤 방향으로 약을 만들어야 하는지 기준을 제시했다.

■세포 속 '암 스위치'를 찾다


우리 몸속 PRMT는 단백질에 작은 표시를 붙이는 효소다. 이 표시는 세포의 행동을 바꾸는 신호 역할을 한다. 표시가 붙으면 어떤 유전자는 켜지고 어떤 유전자는 꺼진다. 세포가 언제 나눠질지 어떻게 에너지를 쓸지도 이 신호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PRMT는 세포를 움직이는 스위치와 같다. 문제는 이 스위치가 잘못 작동할 때다. 표시가 엉뚱한 곳에 붙으면 세포의 조절이 무너진다. 그 결과 암세포는 계속 자라고 쉽게 죽지 않는다. 우리 몸의 면역 공격도 피하게 된다. 연구팀은 이런 과정을 하나씩 연결해 분석했다. 따로 보이던 현상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었다. 암이 왜 생기고 어떻게 커지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전체 흐름을 보여준다.

또 연구팀은 PRMT 가운데 하나인 'CARM1'에도 주목했다. 이 효소는 세포가 나뉘는 과정과 에너지를 만드는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포의 형태를 유지하는 데에도 관여한다. 이런 결과는 PRMT가 단순한 효소가 아니라 세포 전반을 조절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보여준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이 표시가 계속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다시 떨어질 수 있다. 즉 PRMT의 작용은 조절이 가능하다. 약을 이용해 이 과정을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신약 개발의 길을 보여주다


이번 연구는 하나의 실험 결과를 보여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들을 모아 하나의 체계로 정리했다. PRMT1, CARM1 등 여러 효소들이 암의 시작부터 진행까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에 실렸다. 영향력 지수는 12.1이며 해당 분야 상위 4.6% 수준이다. 그만큼 연구의 중요성이 인정됐다는 의미다.
정리하면 이 연구는 암세포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스위치'를 지도처럼 정리한 작업이다. 그리고 그 스위치를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지도 함께 제시했다. 앞으로 더 정확하고 효과적인 항암 치료를 만드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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