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 세계 경제에 '영구적인 부담'

파이낸셜뉴스       2026.04.14 03:22   수정 : 2026.04.14 03:21기사원문
국제 유가, 내년 말 돼야 이전 수준 회복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결렬되고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막히면서 세계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협상 결렬 뒤 이번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해협 봉쇄를 지시했고, 13일(현지시간) 미군은 군함 13척을 동원해 호르무즈 해협을 막아버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해상 봉쇄가 세계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줄 것이라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성이 세계 경제에 영구적인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두가 더 나빠져"


아시아 전역은 석유 쇼크를 겪고 있다.

일부 공장은 연료, 원료 부족 속에 생산을 감축해야 했고, 아직은 소수이지만 배급제를 실시하는 주유소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배급제 주유소는 확산하고 있다.

공항들이 항공유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이 때문에 일부 항공사들은 운항 축소에 들어갔다.

전쟁 참화의 한복판에 들어선 걸프 국가들은 수십년 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경제가 위축되고, 오랫동안 공들여 쌓아온 '비즈니스와 관광 낙원'이라는 명성이 산산조각이 났다.

유럽연합(EU)은 전쟁 이전에 이미 취약했던 경제가 이제 침체에 빠질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옌 EU 집행위원장은 13일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유럽에 "매우 큰 피해를 주고 있다면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에너지 순수출국이어서 충격이 덜하기는 하지만 주유소 기름값이 폭등하면서 소비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도 12일 기름값이 오는 11월 중간선거 때까지 높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서호주대 퍼스 US아시아 센터의 고든 플레이크 센터장은 "의심할 여지 없이 모두가 더 나빠진 상황"이라면서 정부 수입의 약 4분의 1을 석유와 가스가 차지하는 러시아 정도가 몇 안 되는 승자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세계 경제 성장률, 예상보다 1%p 낮아질 수도


경제에 미칠 충격의 규모는 호르무즈 해협 혼란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달려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전쟁이 멈춰도 통행량이 곧바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UBS에 따르면 호르무즈 운송 차질이 두 달 더 이어지면 세계 경제는 2028년 말에야 이전 성장세를 회복할 전망이다. 폐쇄가 더 길어지면 세계 성장률이 기존 전망보다 1%p 낮아지고, 미국은 얕은 경기 침체를 겪을 수 있다고 UBS는 전망했다.

에너지 수출길이 막힌 걸프국가들은 수십년 만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컨설팅 업체 리스타드 에너지는 걸프 지역 인프라 복구에 250억달러 이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걸프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은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올해 GDP가 카타르는 13%, 아랍에미리트(UAE)는 8%, 사우디아라비아는 6.6% 줄어들 전망이다.

유가, 내년 말 돼야 이전 수준 회복


전쟁이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는 가운데 에너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오래 지속될 전망이다.

독일 국영은행 KfW는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원유 가격이 전쟁 전 수준을 회복하는 것은 내년 말께나 가능하다고 비관했다.

고유가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자극해 각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 궤도도 비틀어버릴 수 있다. 금리 인하 흐름이 마침표를 찍고 인상으로 돌아설 수 있다.

금리 인상은 세계 경제 성장을 압박하는 악재다.

아시아, 공급 압박 직면


아시아 전역에서 공급 압박이 시작됐고, 각국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한국 국회는 국민 70%에 10만~60만원을 지급하는 26조2000억원 규모의 전쟁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아시아나 항공은 중국과 캄보디아를 오가는 12개 이상 왕복 노선을 5월까지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베트남 항공도 항공편을 감축했다.

일본 가구 업체 토토는 나프타 부족 사태 속에 조립식 욕실 유닛 주문을 중단했다. 병원에서는 수술용 장갑과 투석용 주사기 등 의료용 플라스틱 부족을 우려하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대응팀을 구성했다면서도 4개월치 나프타를 확보하고 있다며 심각한 부족을 겪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도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헬륨 공급이 차단돼 아시아 반도체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헬륨은 열전도율이 높고 반응성이 없는 불활성 기체여서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이나 이온 주입 공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냉각제로 사용된다.

이 헬륨은 석유나 천연가스 채굴 과정에서 극소량 발생하는 부산물로 생산지가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수출 길이 막힌 카타르에 집중돼 있다.

카타르는 전세계 헬륨 공급의 약 30% 이상을 책임진다.

정치적 파장


정치적인 충격파도 상당하다.

헝가리에서는 전쟁에 따른 생계비 압박 속에 오르반 빅트로 총리의 16년 통치가 12일 총선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전쟁 전만 해도 오르반 총리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됐지만 인플레이션이 그의 집권 연장 꿈을 박살냈다.

아일랜드에서는 연료 가격 상승에 항의하며 농민들이 도로, 연료 터미널, 정유소를 봉쇄했다.


인도에서는 취사용 가스 가격 상승에 대한 불만으로 노사 분규가 악화되고 있다. 임금을 올려야 밥을 해 먹을 수 있다며 노동자들이 거리로 뛰쳐나놔 시위를 벌이자 인도 북부에서는 주정부가 최저임금을 곧바로 35% 인상했다.

글로벌 리스크 분석업체 유라시아 그룹의 무즈타바 라만은 이번 전쟁으로 걸프 지역의 예측 가능성, 확실성, 안정성에 영구적인 충격이 가해졌다고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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