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진 청년 고용지형···여성은 약진, 남성은 뒷걸음질

파이낸셜뉴스       2026.04.14 12:00   수정 : 2026.04.14 12:00기사원문
한은, '남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의 하락 추세' 발표
지난해 남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 89.9%
25년 만에 7.6%p 하락..이때 여성은 25.1%p↑
청년층 내 경쟁 심화, 산업구조 변화 등이 배경

[파이낸셜뉴스] 지난 25년 간 여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이 25%p 이상 뛸 동안 남성 청년층 참가율은 7.6%p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타 선진국과 비교해도 눈에 띄는 하락폭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로 인한 경쟁 심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변화, 고령화 및 인공지능(AI) 확산 등이 복합된 결과로 분석됐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남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의 하락 추세 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25~34세 남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은 82.3%로 집계됐다. 지난 2000년 말(82.3%) 대비 7.6%p 상승했다. 이때 여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은 52.4%에서 77.5%로 25.1%p 급등했다. 이로써 양자 간 격차는 37.5%p에서 4.8%p로 대폭 좁혀졌다.

지난 1995년부터 2024년까지로 따져보면 남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은 10.8%p 하락했는데, 이는 미국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이기도 하다.

한은은 이 같은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쉬었음'과 '취업준비' 증가를 꼽았다. 실제 2003년과 2025년 간 25~29세 남성 청년 경제활동참가율을 행태별로 비교하면 쉬었음과 취업준비가 각각 4.8%p, 4.0%p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30~34세(3.7%p, 2.0%p)에서도 유사했다. 미국과 달리 고학력화와 가사분담 증가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됐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고학력 여성의 노동공급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한은 코호트 추정 결과 4년제 이상 학력의 1991~1995년생 남성 경제활동참가 확률은 1961~1970년생 대비 15.7%p 내려간 반면 여성의 경우 10.1%p 올라갔다. 다만 초대졸 이하 학력 그룹에선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윤진영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 과장은 "고학력자를 중심으로 여성 노동공급이 크게 증가하면서 남성 청년층은 이전보다 한층 심화된 경쟁에 직면하게 됐다"며 "특히 4년제 이상 청년층 내에서 경쟁압력이 크게 높아져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과장은 "이 같은 경쟁구조 변화는 전문직, 사무직 등의 일자리에서 여성 취업자 증가로 이어졌고 여성과 남성 고학력자는 높은 대체관계를 보이게 됐다"고 덧붙였다. 2025년 기준 남성 대비 여성 취업자 비율을 보면 전문직은 100%에 근접하고, 사무직은 113.8%로 역전했다.

산업구조 변화 영향도 있다. 제조업·건설업 등을 중심으로 한 중·저숙련 일자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2000년과 2025년을 비교하면 초대졸 이하 남성 노동공급 확률은 2.6%p 하락했다. 서비스업으로의 고용구조 변화에 힘입어 저학력 여성 수치는 오히려 상승했다.

반면 고학력자 그룹에선 이 같은 시간효과가 경제활동참가 확률을 높였다. 같은 기간 4년세 이상 남성의 수치는 15.4%p 뛰었다. 여성의 경우 뚜렷한 영향이 감지되지 않았다.

고령화 및 AI 확산 역시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고령층 근로자의 증가는 청년층 신규 채용을 줄이는 구축효과를 불러오고, 고용 경직성이 강한 정규직·대기업 등 1차 노동시장에서 유독 강하게 발휘됐다.

윤 과장은 "고령화는 청년층 선호 일자리를 축소시키면서 노동시장 진입을 점차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일부가 시장을 이탈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AI에 크게 노출된 업종을 중심으로 청년층 고용이 감소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22년 11월 챗GPT 출시 전후 4년 간 15~29세 일자리 25만5000개가 축소됐다. 이 가운데 AI 노출도 상위 업종이 25만1000만개로 대다수였다. 출판업, 전문서비스업, 컴퓨터 프로그래밍 및 시스템 관리업 등이 대표적이다.


한은은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현재 3600만명 정도에서 2060년 2100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제활동참가율마저 하락하면 노동공급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했다.

윤 과장은 "성별·세대 간 경쟁 심화가 전체 노동공급에 제로섬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노동시장 변화가 효율성 및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노동시장에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1차 노동시장의 과도한 고용보호 수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을 제고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며 "기술교육이나 비정규직에 대한 교육훈련 투자와 근로자의 숙련 축적을 장려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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