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시계제로, 규제 풀어 활력 불어넣어야

파이낸셜뉴스       2026.04.14 18:12   수정 : 2026.04.14 18:12기사원문
전쟁· 관세 복합 위기에 기업 고통
중대재해처벌법에 부담 많이 느껴

중동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에 기업들의 속이 새까맣게 타고 있다. 미·이란 종전협상이 타결될 듯하다가 결렬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란을 압박할 목적으로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고 나서 세계 에너지 수송의 동맥이 막힐 위기다.

한미 관세 마찰까지 진행 중이어서 경영환경은 사방이 안갯속이다. 수입한 기름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수출해 사는 나라에서 바닷길이 막히고 관세장벽이 높아지면 경제가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세계 전체와 한국 경제성장률은 동반 하락하는 추세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주요 국제기구 가운데 가장 먼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끌어내린 바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특수가 경상수지를 떠받치고 있지만, 구조적 취약성이 노출되고 있다.

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은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중동 사태가 조기 해결되어 에너지 공급 차질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제하에서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은 얼마든지 현실화될 수 있다.

위기 대응력과 경제 복원력을 높이는 최고 수단은 기업의 경쟁력과 활력이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위기에 빠지기는 했지만 신속히 회복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 활력을 잃지 않고 버텨내며 재도약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기업들은 더 향상된 경쟁력과 활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대내외 여건은 이중으로 기업을 압박하여 기를 쓰지 못할 정도의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외부의 관세·에너지 비용 부담과 내부의 규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올해 가장 부담이 큰 규제로 꼽은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이었다. 노란봉투법까지 시행되면서 경영 시계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두 법이 동시에 기업을 옥죄면 현장에서 체감하는 규제 부담은 훨씬 더 커질 것이다.

글로벌 경제가 어떻게 흘러갈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이런 위기 시국에서 구원투수는 기업밖에 없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완화해서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는커녕 더 강화되고 있으니 기업들이 어떻게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겠나.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기업이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정책을 펴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의 속도를 조절하고 기업이 마음껏 시장을 확장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기업들도 위기에서는 적극적인 투자보다 관리 모드로 들어간다.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일자리를 줄이는 식으로 기업의 생존을 추구하려는 속성이 있다. 경제성장률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규제와 압박으로 기업의 활력이 위축되면 국가경제는 위기에서 탈출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기업의 활력을 도모하는 데는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규제완화와 지원책을 병행하는 선제적 정책 설계가 절실히 요구된다.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지지 않고 뻗어나가려면 기업의 발을 옭아매는 올가미부터 풀어줘야 한다.
위기는 언제나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된다. 준비된 자는 곧 활력이 넘치는 기업이다. 정부가 경제를 살리겠다면서도 도리어 기업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정책을 쏟아내는 모순된 현실은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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