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사·외주로 성장한 IT 산업…'하청 실질적 지배'가 쟁점
파이낸셜뉴스
2026.04.14 18:26
수정 : 2026.04.14 18:25기사원문
노봉법에 긴장한 판교
플랫폼 기업 특유 사업구조 변수
핵심기능 상당수 자회사 등 분리
게임사들도 퍼블리싱·개발 각각
교섭기간 앞두고 업계 파장 예고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산업계에서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되면서, 네이버·카카오를 비롯한 IT 기업들의 사업 구조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플랫폼 기업 특유의 다층 계열사 구조와 외주 중심 운영 방식이 '실질적 지배력'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역시 교섭기간이 다가오면 노봉법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수십 개의 계열사를 기반으로 사업을 운영 중이다. 콘텐츠 제작, 고객지원, 보안, 개발, 커머스 운영 등 핵심 기능 상당수가 자회사나 손자회사, 외주 조직으로 분산돼 있다. 네이버의 경우, 현재 연결 자회사 95개를 거느리고 있다. 1년 새 14개가 늘었을 만큼 외연 확장이 빠르다. 특히 그린웹, 인컴즈, 컴파트너스, 엔테크서비스, 엔아이티서비스 등 '손자' 회사들이 고객지원·운영·기술 지원 등 주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조직은 형식상 네이버 자회사의 지시를 받는 별도 법인이다. 하지만 해당 업체 노조에선 여러 차례 네이버가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본사의 정책과 시스템에 영향을 받는 만큼 과거에도 임금·복지 문제를 둘러싸고 본사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된 바 있다. 카카오는 한때 147개에 달하던 계열사를 현재 94개로 줄이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올해 말까지 80여개 수준까지 줄여, 카카오톡과 AI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구조는 빠른 사업 확장과 리스크 분산에는 효과적이지만, 동시에 본사의 영향력 범위를 둘러싼 논쟁을 낳아왔다. 실제 현장에서도 계열사 노조가 본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는 사례는 이미 반복돼 왔다. 카카오의 경우 노란봉투법 시행 직후인 지난 3월 자회사 디케이테크인의 고용 문제를 둘러싸고 본사 책임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고, 네이버 노조(크루유니언)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부터 "교섭 권한 없는 계열사 대표가 아닌 본사와 직접 교섭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만큼, 외주 협력사 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NHN도 자회사 최근 NHN에듀 서비스 종료를 둘러싼 비슷한 갈등이 있었다.
이들 사례는 형식상 사용자와 실제 의사결정을 하는 주체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노란봉투법은 이 지점을 겨냥한 법이다.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사용자로 보고, 단체교섭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향후 쟁점은 '어디까지가 실질적 지배력인가'로 좁혀질 전망이다.
게임업계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은 개발 조직을 스튜디오 단위로 분사하거나 외부 개발사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재 엔씨, 크래프톤, 넷마블의 자회사는 각각 19개, 55개, 74개로 집계된다. 본사는 퍼블리싱과 서비스 운영을 담당하고, 개발은 자회사나 외주 스튜디오가 맡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프로젝트별로 근무 조건과 인력 운영 방식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향후 개별 조직 단위 교섭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적될 판례가 기준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구조상 분리돼 있으면 책임도 분리되는 것으로 봤지만, 이제는 실제 영향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따지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플랫폼이나 게임사처럼 계열사와 외주가 많은 구조일수록 담당 노동당국 판단에 따라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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