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전쟁터였다"…1시간 방송 뒤에 숨은 '피, 땀,눈물'

파이낸셜뉴스       2026.04.16 06:38   수정 : 2026.04.16 06:3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5, 4, 3, 2, 1 스타트! 스튜디오 샷 들어갑니다… 컷!"

방송 시작을 알리는 PD의 카운트다운이 떨어지자 스튜디오 안 공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 분주하고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사라졌다. 침을 삼키기조차 무서울 정도의 긴장감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이내 이날 라이브방송 진행자인 배우 기은세씨가 "안녕하세요 여러분"이라며 첫 멘트를 무사히 소화해 냈다. 이렇게 기자의 생애 첫 '라이브커머스 일일 PD' 체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직접 만지고, 느끼고'..전쟁같은 회의


지난 3월 31일 오후, 라이브 방송 '은세로운 발견' 촬영을 앞둔 서울 서초구 CJ온스타일 본사 회의실에서는 20분 단위로 눈코 뜰 새 없이 미팅이 이어졌다. 은세로운 발견은 CJ온스타일의 핵심 전략인 모바일 라이브 방송의 대표 지식재산권(IP)이다. CJ온스타일은 '보는 패션'을 키워드로 기은세, 유인나 등 배우·인플루언서를 기용했다. 방송뿐 아니라 개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상 착용 모습을 노출하는 등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을 통해 지난해 라이브 방송 거래액은 전년 대비 66% 증가했다. 연간 순접속자 수는 8000만명을 넘어섰다.

하나의 방송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최소 3번의 미팅이 이뤄져야 한다. 우선 방송 2주 전 개괄적인 기획을 설명하는 제안미팅이 이뤄진다. 이후 1주 전 최종 리뷰 차원의 상품미팅이, 촬영 당일에는 대본리딩이 진행된다. 물론, 제안미팅 이전 기획단계 등 실제 준비과정은 이보다 훨씬 길고 복잡하다. 이날 기자는 일일PD로서 상품미팅 및 대본리딩에 참여했다.

직접 들어가본 '상품미팅' 현장은 일반적인 회의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상품기획자(MD)가 직접 소개할 상품이 걸린 행거를 끌고 와 PT가 진행되는 동안 참여자들이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도록 상품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이날은 패션 브랜드 새터(SATUR) 상품미팅이 이뤄졌다. MD 및 참여자들은 카디건과 바지 등 상품을 직접 몸에 대보거나 테이블 위에 두고 이리저리 코디를 조합해보기도 했다. 기자도 일일 PD로서 어떤 컬러가 가장 주목도가 높을 것 같은지, 어떤 조합을 메인 코디로 끌고 가면 좋을지 등에 대한 소심한 의견을 내보았다.



이후 진행된 다이슨 에어랩 상품미팅에서는 협력사 관계자가 자신의 머리카락과 헤어피스를 이용해 신제품의 기능을 선보였다. 진행을 맡을 기은세씨도 머리가 긴 실무진에게 직접 시연해보며 방송 구성을 고민했다. 이처럼 실물 제품을 활용해 회의가 진행되기 때문에 사무적이고 딱딱한 분위기 대신 직관적이고 분주한 느낌이 강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대본리딩은 이날 방송할 골프웨어 브랜드 '페어라이어'로 진행됐다. 대본리딩은 기본적으로 PD가 키를 쥐고, 방송에 사용할 멘트를 처음부터 훑으면서 수정 및 조율을 이어갔다. 가격이나 상품 설명에 오류가 없는지 점검하고, 어느 타이밍에 어떤 제품을 강조할지가 빠른 호흡으로 논의됐다. 기자도 실제 현장에서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세부 사항을 필기하며 열심히 숙지하느라 진땀을 빼야했다.

단 60분을 위한 한 달의 질주


쏟아지는 각종 미팅을 숨가쁘게 소화하다 보니 어느새 방송 시작을 목전에 둔 저녁시간이 됐다. 겉으로 보기엔 겨우 한 시간 남짓 진행되는 방송일 뿐이지만, 그 순간을 위해 10여명의 관계자들은 한 달 가까이 숨가뿐 하루하루를 달려와야 했다.

감상을 뒤로하고 일단 방송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발빠르게 저녁을 먹어야 했다. 사내 식당에서는 골고루 양념된 생선구이가 철판 위에 올려져 따뜻하게 먹을 수 있었다. 직접 재료를 조합해 샐러드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셀프바도 있었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업의 특성상 사내에서 끼니를 해결할 일이 많고, 야근도 잦기 때문에 밥이 잘 나오는 편"이라며 "야식도 따로 준비된다"고 말했다.

시간에 쫓겨 식사를 빠르게 마치고, 본격적인 방송 준비에 들어갔다. 기자가 소품실에서 이날 쓰일 의상이 담긴 행거를 스튜디오로 옮기는 동안 실무진들은 최종 동선 등을 논의했다. 이후에는 커다란 모니터 두 대를 통해 방송이 송출될 화면을 미리 점검했다. 진행자들이 보고 읽을 수 있는 프롬프터도 설치됐다.

방송 시작 약 30분 전. 우리가 진행할 라이브 방송의 대기자 수는 2만명을 넘어섰다. 미팅 당시 언급됐던 수치보다 더 늘었다. 스튜디오의 긴장감도 덩달아 높아졌다.



생방송이 시작되자 PD는 자막과 팝업 위치, 주문량 등 각종 상황을 동시에 확인하며 세부사항을 지시했다. 기자는 '일일 PD'라는 닉네임으로 MD와 함께 실시간 채팅 대응을 맡았다. 상품의 실제 색감이나 착용감 등 현장에서 확인 가능한 질문에 답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말하면 너무 전문성이 없어보이진 않을까'하는 고민 탓에 긴장했다. 그래도 답변을 이어갈수록 점점 자신감이 붙었다.

진행자인 기씨는 인플루언서를 겸하고 있는 만큼 채팅창에서도 '팬덤' 화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일부 시청자는 사전에 기씨의 체형이나 취향 등을 파악해 직접 다른 시청자에게 안내해주기도 했다.

그렇게 긴장감이 적응될 때쯤 방송이 끝났다. 생방송 현장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긴박했다. 방송 시간은 겨우 한 시간이었지만 체감상 훨씬 길게 느껴졌다. 우리가 스치듯 보는 라이브 방송의 뒤는 수 많은 이들이 전력을 다해 움직이는 전쟁터란 걸 실감했던 하루였다.


[기자의 알바 체험 한줄 평]

■ 근무 편의성 : ★★★★☆
방송이 예정된 날에는 미팅 사이가 10분도 안 될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간다. 다만, 그만큼 근무를 위한 제반사항은 잘 갖춰져 있다.

■ 근무 분위기 : ★★★★☆
눈코뜰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웃음과 농담이 끊이지 않을 만큼 활기찬 분위기

■ 난이도 : ★★★★★
MD, PD, 진행자 등 관계자 모두가 전문성을 가지고 각자의 분야에서 역할을 다한다.

■ 복지 : ★★★★★
각종 카페 및 옷가게부터 사내 대형 체육관·병원, 야식이 나오는 구내식당까지. 대기업 복지란 이런 것!

localplace@fnnews.com 김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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