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길어질수록 더 흔들린다"…석화업계 '회복 지연' 경고

파이낸셜뉴스       2026.04.16 11:40   수정 : 2026.04.16 11:4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중동 전쟁 리스크가 장기화될수록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의 회복이 더욱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급과잉 구조 속에서도 원료 공급망이 흔들리며 시장이 빠르게 약화되는 가운데, 단기적인 공급 충격보다 산업 정상화 지연과 수요 위축이 더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캐서린 탄 ICIS 올레핀 담당 수석 매니저는 한국화학산업협회가 1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 다이아몬드홀에서 개최한 '2026년 상반기 화학산업 전망세미나'에서 "이번 갈등의 핵심은 충격 자체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라며 "전쟁이 길어질수록 산업과 공급망이 정상 상태로 돌아오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전쟁 이전부터 석유화학 시장은 구조적 공급과잉과 저가동 환경에 놓여 있었다. 그는 "이번 다운사이클은 단순한 경기 하락이 아니라 여러 화학 제품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전례 없는 수준의 공급 과잉"이라며 "이미 수익성이 지속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취약한 구조 위에서 전쟁이 터지자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약 1000만t 규모 설비에서 공급 불가항력이 선언됐고 가동률 축소와 정기보수 연장 등이 이어지며 아시아(중국 제외) 지역 공급의 약 45%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원료 수급 불안이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 나프타 재고가 통상 15~20일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서 생산이 급격히 위축된 것이다. 일부 설비는 가동을 중단하거나 가동률을 크게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충격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쟁 기간보다 시장이 회복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탄 연구원은 "유전 가동 중단이나 정유설비 셧다운이 발생할 경우 재가동까지 1~2개월이 필요하고, 선박 재배치와 물류 정상화에도 추가 시간이 소요된다"며 "전쟁이 끝나더라도 공급망은 바로 회복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수요 위축도 불가피하다. 그는 "다운스트림 산업은 이미 구매를 줄이고 대체재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공급 제약이 지속될 경우 수요 파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과거 사례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반복됐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석유화학 수요는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고, 매번 더 낮은 수준에서 다시 출발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탄 연구원은 "이번 갈등 역시 수요 기반 자체를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전쟁이 길어질수록 시장은 단순한 충격을 넘어 구조적으로 약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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