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못 버틴다…한국 석유화학, 구조 재편 결단 필요"
파이낸셜뉴스
2026.04.16 15:18
수정 : 2026.04.16 15:17기사원문
국내 수요 15년간 7% 감소 전망
中 여파로 수출 중심 구조 한계 노출
[파이낸셜뉴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와 구조적 수요 둔화가 동시에 덮치면서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기존 성장 모델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향후 시장 확대보다 '시장 방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산업 전반의 구조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시장조사업체 ICIS 틴 응우옌 컨설팅 총괄은 한국화학산업협회가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2026년 상반기 화학산업 전망 세미나'에 참석해 "한국 석유화학 산업은 수입 원료 기반 생산·수출 중심 모델로 성장해왔지만 현재 이 구조가 근본적으로 위협받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특히 수출 환경 악화가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국은 아시아, 특히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구조지만,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며 수출국으로 전환되고 있는 데다 중동과 미국까지 같은 시장을 겨냥하면서 경쟁이 급격히 심화되고 있다.
응우옌 총괄은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과 수출 확대는 한국이 전통적으로 공략해온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며 "이는 산업 전반의 수익성에 구조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료 구조 역시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 석유화학 산업은 나프타 등 수입 원료 의존도가 높은데, 중동 정세 불안으로 공급망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기존 모델의 지속 가능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에너지 전환까지 겹치며 정유 가동 감소와 원료 공급 축소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가 역시 핵심 변수다. ICIS는 고유가 환경에서는 한국 나프타분해시설(NCC)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는 반면 저유가 환경에서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개선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ICIS는 2030년 한국 석유화학 산업 가동률이 약 7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규모는 약 25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되지만, 매출보다 수익성 확보를 더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응우옌 총괄은 "과거와 같은 고성장 시대는 끝났다"며 "앞으로는 시장 확대보다 점유율 방어가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 감산을 넘어 설비 통합, 사업 재편, 정유-화학 통합, 순환 소재 투자 등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과감한 결단이 없다면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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