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보다 盛業에 주력해야

파이낸셜뉴스       2026.04.16 18:21   수정 : 2026.04.16 18:21기사원문

국가창업시대를 위해 정부는 217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모두의 창업'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전 국민 대상으로 창업 아이디어를 공모해 5000명의 창업 인재를 발굴하여 1인당 200만원의 활동자금과 멘토링을 제공한다. 단계별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100명에게 1억원의 사업화자금을 지원하며 결선에서 1등에 뽑힌 우승자에게 10억원의 상금을 준다.

이와 같은 대규모 국민창업 경진대회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자격제한 없이 누구나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정책사업은 파격적이다. 일반 국민의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연결될 기회를 활짝 열어 창업가 저변을 확대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지역 단위에서 전국 차원으로 올라가며 경쟁하는 오디션 방식의 선발 과정은 창업에 대한 관심을 높일 것이다. 3월 말 접수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50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5월 마감 시점에는 수만명이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어 흥행대박이 예고된다. 이런 열풍 가운데 창업을 예능처럼 접근하는 것이 맞는지 걱정된다. 예능 오디션에서는 평범한 일반인이 탁월한 재능을 발휘해 사람들을 깜짝 놀래며 인기를 끈다. 본선과 결선에서 우승만 하면 연예계에 입성해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다.

허나, 창업은 다르다. 창업경진대회에서 1등 한다고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우수한 아이디어로 많은 투자를 받았지만, 시장에 발도 들여놓지 못한 창업가가 부지기수이다. 투자유치(IR) 방식으로 진행한 오디션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것과 실제 제품을 개발해 고객에게 파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참가자 전원에게 활동자금을 제공하고 우승자에게 창업자금과 상금을 주는 방식도 적합한지 의문이다. 돈을 내거는 '모두의 창업'에 얼마나 많은 지원자가 진정성 있게 창업의 꿈을 안고 참여할지 궁금하다. 정부가 창업지원을 강화하면 보조금이나 정책자금을 노린 '무늬만 창업'이 성행한다. 자격요건을 완화하고 지원금과 상금을 늘린 창업 오디션이 한탕주의 창업문화만 조장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근본적으로 '모두의 창업'이 바람직한가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창업이란 노동과 자본에 인생을 거는 도전이다. 창업에 올인해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쪽박이다. 이처럼 위험한 창업에 전 국민이 나서도록 국가가 장려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 '모두의 창업'을 거쳐 실제로 창업했는데 폐업하면 정부가 책임져 줄 것인가?

우리나라 창업의 문제는 출구가 좁다는 것에 있다. 창업에 성공해도 상장이나 인수합병(M&A)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기회가 부족하다. 출구는 막혀 있는데 입구만 넓히면 무슨 소용인가. 국가창업시대를 열려면 창업 문호 개방보다 출구 확대가 선행되어야 한다.

창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는 지름길은 창업가가 성공하는 여건을 만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혁신적 신규사업을 규제하고 기업활동을 옥죄는 법안과 정책을 남발하면서 국민 모두에게 창업하라니 어이가 없다.
창업보다 성업이 더 중요하다. 새로운 창업가를 대거 모집하기보다 기존의 창업가가 성공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창업의 성공률을 높이면 경진대회 안 해도 저절로 창업 희망자가 늘어날 것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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