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한 재정' 권고한 IMF, 포퓰리즘 빠진 韓 정치

파이낸셜뉴스       2026.04.16 18:31   수정 : 2026.04.16 18:31기사원문
"재정난 속 지원대상 명확히 해야"
만연한 돈 뿌리기 공약에 경종을

국제통화기금(IMF)이 중동전쟁의 여파로 세계 각국에 재정을 정교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전 세계 정부의 재정상태가 구조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취약계층을 지원할 때 대상을 명확하게 정하고 정해진 범위 내에서 한시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IMF는 각국의 재정이 악화되는 이유로 인공지능(AI)과 관련한 금융시장의 리스크,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비효율적 자원 배분, 중동전쟁으로 인한 지출압박 등을 꼽았다.

기술발전과 세계 무역질서가 급변하는 가운데 전쟁이라는 돌발 변수까지 겹치면서 재정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하고, 그 결과 나라살림이 힘들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6월 지방선거를 앞둔 한국 정치권의 공약은 IMF의 우려를 무색하게 한다. 여당의 시장 후보로 확정된 한 인사는 1인당 20만원씩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주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중앙정부가 소득 하위 70% 가구에 주는 지원금과 별도로 주는 돈이다. 야당 소속의 한 도지사 후보는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도민 1인당 10만원씩 생활지원금을 주겠다고 했다. 모두 수천억원의 예산이 드는 지원사업들이다. 시군구 등 기초단체장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 역시 소득수준을 따지지 않고 현금을 살포하는 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교육감 예비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진보 성향의 한 교육감 예비후보는 중학교 1학년생이 개설한 펀드 계좌에 100만원을 입금해준 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수익금과 함께 돌려주는 공약을 내놓았다. 보수 성향의 교육감으로 재선 도전을 선언한 모 인사는 이미 지난해 도내 고등학교 3학년생을 대상으로 자격증 취득비로 30만원씩을 지원했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데도 내국세의 20.79%가 자동 배정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남아돌면서 생긴 현상들이다.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현금 뿌리기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표를 얻기 위해 가장 손쉬운 수단으로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현금성 공약을 내세운 이들이 행정을 책임지겠다고 하는 지자체들의 재정자립도가 매우 낮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서울·경기·세종을 제외한 14개 시도의 재정자립도는 50%를 밑돌았다. 지방세 수입으로 공무원 월급도 주기 힘든 기초지자체가 100곳이 넘을 지경이다.

이런 재정 여건을 감안하면 지방정부의 현금성 지원사업은 중앙정부 지원금에 지자체 예산을 일부 보태는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전년보다 129조원이나 늘어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9%로 1년 만에 3%p 높아졌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의 현금성 지원을 지속하기 힘든 구조다.

물론 현금성 공약을 모두 포퓰리즘으로만 몰아세울 수는 없다. IMF의 권고대로 취약계층을 명확히 한 상태에서 선별 지원한다면 위축된 소비를 회복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결국 관건은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책임성이다.
후보들은 당장 달콤한 지원금액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재원조달 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유권자 역시 눈앞의 혜택만 보지 말고 그 돈이 어디서 나오고 어떤 부담으로 돌아올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재정에 대한 냉정한 검증이 이뤄질 때 지역의 미래 일꾼을 제대로 가려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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