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경기만 보면 압도적 국내 원탑"... 롯데 김진욱, AG 승선 확률도 폭등했다
파이낸셜뉴스
2026.04.17 08:00
수정 : 2026.04.17 08:00기사원문
우승 후보 연파한 '진짜 에이스'의 화려한 비상
이의리·이승현 제쳤던 '3억 7천'의 가치 증명
최고 150km 직구와 마구… 좌타자 징크스도 깼다
상무 연기 배수진 통했다, 나고야행 '청신호'
[파이낸셜뉴스] 시간을 2021년 신인 드래프트로 되돌려보자.
당시 고교 야구 무대에는 내로라하는 좌완 투수들이 즐비했다. 이승현(삼성), 이의리(KIA)도 그중 하나였다. 하지만 가장 최대어로 평가받았던 선수는 단연 김진욱이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고, 터질 듯 터질 듯하던 그의 잠재력은 지난 몇 년간 사직구장 마운드 위에서 맴돌기만 했다. 그러나 2026년의 봄, 마침내 알을 깨고 나온 김진욱의 비상이 심상치 않다. 단순한 '가능성'을 넘어, KBO리그 전체를 뒤흔드는 특급 에이스의 퍼포먼스를 뽐내고 있다.
최근 김진욱이 보여준 투구는 리그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롯데가 7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져 있던 지난 8일, 강력한 우승 후보 KT 위즈를 상대로 8이닝 1실점이라는 역대급 투구로 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이어 15일에는 9연승을 질주하며 1위를 노리던 LG 트윈스의 막강 타선을 상대로 6.2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며 팀에 귀중한 영봉승을 안겼다.
단순히 운이 좋아서 만들어진 성적이 아니다. 스피드건에 최고 시속 149km까지 찍히는 타점 높은 포심 패스트볼은 구위 자체가 확연히 달라졌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최고 좌완으로 꼽히는 타릭 스쿠벌을 연상케 하는 날카로운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장착하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고 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핀포인트 제구력이다. 과거 제구 난조로 스스로 무너지던 모습은 온데 간데없고, 김태형 감독의 말처럼 "타자를 의식하지 않고 확신을 가진 채 자기 공을 던지는" 완성형 투수로 거듭났다.
김진욱의 또 다른 무기는 바로 엄청난 체력과 이닝 소화 능력이다. 그는 강릉고 1학년 시절부터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숱한 경기의 선발 마운드를 책임져왔다. 투구 수가 100개를 넘어가도 구위가 떨어지지 않는 타고난 스태미너는 선발 투수로서 최고의 덕목이다.
여기에 프로 데뷔 후 줄곧 그를 괴롭혔던 '좌타자 징크스'마저 올 시즌 완벽하게 극복해 냈다. 빠른 직구와 체인지업의 조합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이제 상대 팀이 좌타자를 줄지어 배치하는 맞춤형 라인업을 꺼내 들어도 끄떡없이 마운드를 지켜내고 있다.
김진욱의 이 무서운 상승세 뒤에는 아주 강력한 동기부여가 숨어있다. 바로 2026년 9월에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다. 지난해 상무 입대를 과감하게 포기하며 배수진을 친 그에게, 이번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승선은 야구 인생의 분수령이다.
현장에서 그를 지켜보는 김태형 감독 역시 아시안게임이라는 목표가 김진욱에게 엄청난 집중력과 동기부여를 끌어내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 KBO리그 좌완 선발 중 이토록 압도적인 구위와 이닝 소화 능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투수는 손에 꼽는다. 지금의 페이스를 시즌 중반까지 유지한다면, 태극마크는 자연스럽게 그의 가슴에 안착할 수밖에 없다.
롯데 팬들이 무려 5년을 애타게 기다려온 그 해 좌완 최대어의 가치가 마침내 폭발하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금 롯데 자이언츠는, 어쩌면 팀의 10년을 책임질 수 있는 새로운 좌완 에이스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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