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패 없는 창은 스스로를 찌른다" 마운드·수비 연쇄 붕괴, 길 잃은 한화의 '닥공 야구'
파이낸셜뉴스
2026.04.17 07:00
수정 : 2026.04.17 10:50기사원문
폰세·와이스 떠난 자리, 헐거워진 선발진과 이닝 이터의 실종
한승혁·김범수·이태양·배동현 내보낸 대가, 'ERA 7.96' 압도적 꼴찌 불펜
닥공 야구의 역설… 공격력에 가려진 '리그 최다 실책'의 민낯
6연패 늪에 빠진 한화, 롯데전에서 찾을 반전의 실마리
[파이낸셜뉴스] 올 시즌 한화 이글스가 야심 차게 천명했던 플랜 A, 이른바 '닥공(닥치고 공격) 야구'가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올 시즌 한화 타선은 팀 타율 0.274로 준수한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100억 원을 투자해 강백호를 영입했고, 수비의 약점을 감수하면서까지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를 잔류시키며 공격력 극대화에 매진한 결과다. 문제는 이 공격력을 지탱해 줄 '방패'가 산산조각 났다는 점이다.
작년 한화가 끈적한 야구로 준우승까지 갈 수 있었던 이면에는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라는 도합 30승에 400이닝을 책임져 줄 수 있는 압도적인 이닝 이터들의 존재가 있었다.
이들이 마운드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상대적으로 헐거웠던 불펜의 약점이 가려지는 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두 선수가 메이저리그로 떠난 뒤 합류한 윌켈 에르난데스와 오웬 화이트(부상 이탈, 잭 쿠싱 대체)의 무게감은 확연히 떨어진다.
현재 한화의 선발 평균자책점(ERA)은 4.58로 리그 7위. 류현진과 문동주가 버티고 아시아쿼터 왕옌청이 분전하고 있지만,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던 작년의 단단함은 사라졌다.
선발이 일찍 무너지면 불펜이 버텨야 하지만, 지금 한화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바로 구원진이다. 한화는 강백호를 영입하기 위해 필승조 한승혁(kt)을 포기했고, 노시환과 307억 원 대형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좌완 핵심 김범수(KIA)마저 타 팀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야속하게도 한화의 선택은 뼈아픈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307억 원의 사나이 노시환은 극심한 타격 부진 속에 퓨처스리그로 내려간 반면, 팀을 떠난 한승혁과 김범수, 이태양은 새 유니폼을 입고 펄펄 날고 있다.
여기에 배동현도 2차드래프트로 키움으로 이탈해서 1선발급 활약을 펼치고 있어 더욱 마음을 쓰리게 만들고 있다.
이들의 공백을 메워줘야 할 김서현은 최근 '1이닝 7사사구' 대참사를 겪으며 마무리에서 내려왔고, 정우주, 조동욱, 황준서 등 기대를 모았던 젊은 피들도 아직 알을 깨고 나오지 못했다. 강건우같은 신인에게 기대기에는 짐이 너무 무겁다.
그 결과 한화의 불펜 ERA는 7.96으로 리그 압도적인 꼴찌다. 9위 두산(6.60)과도 격차가 크다. 선발 ERA가 최하위임에도 강력한 불펜의 힘으로 버티며 선두를 질주하는 삼성 라이온즈와 완벽하게 대조되는 씁쓸한 현실이다.
마운드가 흔들리면 야수진이라도 단단하게 뒤를 받쳐야 하지만, 수비마저 흔들리고 있다.
16일 경기에서 나온 페라자의 실책은 공격력을 위해 수비 리스크를 안고 간 한화의 예견된 참사였다. 여기에 내야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베테랑 하주석, 채은성마저 크고 작은 수비 불안을 노출하며 투수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올 시즌 한화의 팀 실책은 22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18사사구 대참사'에서 보듯 마운드가 스스로 무너지고, 수비가 결정적인 순간 승기를 넘겨주는 헐거운 야구로는 아무리 점수를 많이 뽑아내도 이길 수가 없다.
방향성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강력한 타선은 분명 한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하지만 야구는 결코 방망이 하나만으로 이길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무너진 마운드와 수비를 재건하지 못한다면, 타선이 낸 점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다.
초반 최대 위기를 맞은 한화는 17일부터 부산 사직구장으로 이동해 롯데 자이언츠와 원정 3연전을 치른다. 여기서 밀리면 하위권 고착화라는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
김경문 감독의 특단 조치가 절실하다. 무리한 투수 쪼개기나 조급한 운용보다는, 서산에 대기 중인 젊고 새로운 에너지를 수혈해 팀의 수비와 불펜 밸런스부터 차근차근 다시 맞추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전벌을 가득 채우는 팬들의 함성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독수리 군단은 하루빨리 '창'을 받쳐줄 '방패'를 수리해야 한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