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무조건 간다" 156km 이의리·미친 제구 김진욱, 나고야 AG 동반 출격 벼른다
파이낸셜뉴스
2026.04.18 09:00
수정 : 2026.04.18 09:47기사원문
상무 포기 벼랑 끝 배수진... 2경기 연속 QS 우뚝 선 김진욱
항저우의 눈물 씻어낸 156km 광속구, '좌완 왕자' 이의리
"내가 더 올라가겠다" 서로를 깨우는 자극제, 나고야 AG 정조준
[파이낸셜뉴스] 시간을 6년 전인 2020년으로 되돌려보자.
그해 고교야구 최고 권위의 황금사자기 첫 경기에서는 아직도 아마야구 팬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맞대결이 펼쳐졌다. 고교야구 경기임에도 수많은 취재진이 그 경기를 보기 위해 몰렸다.
당시 각각 3억 7천만 원과 3억 원이라는 특급 계약금을 받고 프로에 화려하게 입성한 두 괴물 좌완. 하지만 프로의 무대는 만만치 않았고, 두 선수가 걸어온 길에는 영광 못지않게 진한 아쉬움과 눈물이 배어 있었다.
그리고 2026년, 아직 병역의 의무를 해결하지 못한 두 명의 '절실한' 라이벌이 오는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을 향해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다.
김진욱의 올 시즌 폼은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입단 당시의 꼬리표였던 제구 불안과 좌타자 징크스를 완벽하게 지워버렸다.
강력한 우승 후보인 KT 위즈를 상대로 8이닝 1실점, 1위 수성을 노리던 LG 트윈스를 상대로 6.2이닝 무실점이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써 내려갔다.
스피드건에 150km를 거뜬히 찍는 타점 높은 포심과 스트라이크 존 구석을 찌르는 핀포인트 제구력은 김진욱을 단숨에 올 시즌 KBO리그 '토종 선발 1위'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올 시즌 8이닝 투구를 한 토종 선발투수는 김진욱이 처음이다. 그리고 2경기 연속 QS를 한 것 또한 김진욱 데뷔 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의 이러한 무서운 상승세 뒤에는 뼈를 깎는 동기부여가 숨어있다.
김진욱은 안정적인 상무 입대마저 포기하며 올 시즌 아시안게임 승선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 절박함이 마운드 위에서 폭발적인 이닝 소화력과 구위로 발현되며 롯데 마운드의 구세주로 군림하고 있다.
이의리의 국가대표 서사는 조금 더 눈물겹다. 도쿄 올림픽 당시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고 위력적인 투구를 펼쳤지만, 팀이 메달 획득에 실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후 절치부심하며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노렸으나, 부상과 논란 등 여러 불운이 겹치며 끝내 최종 엔트리에서 낙마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거기에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까지 올랐다. 하지만 호랑이 군단의 '좌완 왕자'는 무너지지 않았다.
지난 17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그는 무려 시속 156km의 경이로운 광속구를 뿜어내며 잠실벌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올 시즌 KBO리그 좌완 투수 중 단연 KBO 구속 1위다. 제구 난조로 무너졌던 앞선 등판의 악몽을 5이닝 8탈삼진 무실점이라는 압도적인 투구로 산산조각 냈다.
고교 시절부터 서로를 의식하며 성장해 온 두 동갑내기 좌완은 이제 프로 무대에서 서로에게 가장 훌륭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
이의리는 최근 3경기에서 19.1이닝 2승 무패로 압도적인 폼을 과시 중인 동기 김진욱의 활약에 대해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이의리는 "(김)진욱이가 진짜 열심히 했는데 그동안 잘 안 풀리다 보니까 본인도 많이 답답했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 그 노력을 보상받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또 진욱이가 던지는 것을 보면서 나 역시 많이 배우려고 하고 있다"며 애틋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승부욕은 감추지 않았다.
올 시즌 김진욱과의 선발 맞대결이 기대된다는 질문에 이의리는 "제가 좀 더 올라가겠다"며 당찬 각오를 밝혔다.
김진욱과 이의리. 한때 고교 무대를 양분했던 라이벌은 이제 한국 야구의 명운을 짊어질 국가대표 원투펀치를 정조준하고 있다. 배수진을 치고 마운드에 오르는 김진욱의 정교함과 이닝 소화력, 그리고 아픔을 딛고 역대급 구속으로 돌아온 이의리의 폭발적인 구위.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이 두 명의 시너지가 하나로 맞춰지는 순간, 류지현호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전선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아질 것이다.
사직의 영웅과 챔피언스 필드의 왕자가 나란히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나고야의 마운드에서 금빛 포효를 터뜨리는 그날. 한국 야구의 빛나는 미래가 2026년 가을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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