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 관계는 최고 수준..베트남 새 지도체제 이후 첫 국빈방문 주목해야"
파이낸셜뉴스
2026.04.19 09:53
수정 : 2026.04.19 10:20기사원문
2005~2010년 대사 지낸 팜 띠엔 번 전 대사 인터뷰
번 전 대사 "선진국-개도국 협력의 성공 모델"
최근 K9 자주포 수출 방산 협력 "양국 정치적 신뢰 보여"
민간 교류 및 문화 교류 등 관계 심화 필요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현재 한·베 관계는 가장 좋은 시기이자 가장 높은 단계에 올라와 있습니다. 이제는 이 관계를 얼마나 더 심화시키느냐가 관건입니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주한 베트남 대사를 지낸 팜 띠엔 번 전 대사는 지난 16일 하노이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앞두고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양국 관계를 이같이 평가했다.
번 전 대사는 고위층의 빈번한 교류를 학계·시민단체 등 민간 분야로 넓히고, 노동집약적 협력에서 벗어나 첨단기술, 디지털 전환, 녹색경제 중심으로 협력의 분야를 확대할 것을 제언했다.
■ "한·베 관계, 군사 동맹 제외하면 최상의 관계"
번 전 대사는 이번 이 대통령의 방베 시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1년이 안되는 기간 동안 양국 정상이 상호 방문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번 전 대사는 "베트남에서 당 서기장과 국가주석이 통합된 역사적 변화 시기에 한국 대통령이 첫 국빈으로 방문하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며 "양국 관계의 긴밀성과 전략적 중요성이 그대로 드러난 사례"라고 말했다.
현재까지의 한·베 관계에 대해 번 전 대사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협력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번 전 대사는 "현재 단계는 군사동맹을 제외하면 사실상 최고 수준"이라며 "과거의 갈등을 극복하고 단기간에 이처럼 빠르게 발전한 사례는 국제적으로도 드물다"고 평가했다.
앞서 양국 관계는 1992년 수교 이후 약 10년 주기로 단계적으로 격상돼 왔다. 수교 초기 협력 관계에서 출발해 2001년 포괄적 협력 관계, 2009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거쳐 2022년에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최근 확대되고 있는 양국 간 방위산업 협력을 양국 간 신뢰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했다. 번 전 대사는 "안보와 방산 분야는 가장 민감한 영역인데 이 분야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은 정치적 신뢰가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며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더딘 분야였지만 최근 들어 의미 있는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이미 상호 의존도가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번 전 대사는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이자 주요 교역국이며 관광과 인적 교류에서도 핵심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다만, 번 전 대사는 "앞으로는 단순한 규모 확대를 넘어 보다 균형 잡힌 경제 협력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베트남 기업의 한국 진출 확대 역시 중요한 과제"라고 짚었다. 무역 불균형 해소와 협력의 질적 고도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한·베 관계 여전히 무한한 잠재력 지녀"
향후 협력 방향으로는 산업 구조의 고도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번 전 대사는 "그동안의 노동집약적 협력에서 벗어나 첨단기술, 디지털 전환, 녹색경제 중심으로 협력이 전환돼야 한다"며 "양국이 이미 이를 핵심 협력 축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트남은 2045년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대규모 인프라와 에너지 프로젝트가 추진될 예정"이라며 "한국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번 전 대사는 앞으로의 과제로 '관계의 심화'를 거듭 강조했다. 정상급 교류의 지속은 물론 국회·지방정부·민간 차원의 교류 확대, 국방·안보 협력 강화, 문화 교류의 균형 발전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번 전 대사는 "이미 가장 높은 수준의 관계를 구축한 만큼 앞으로 10년은 이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발전시키느냐에 달려 있다"며 "한·베 관계는 여전히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 팜 띠엔 번 전 대사는...
한편 번 전 대사는 베트남 외교가의 대표적인 '한국통'으로 꼽힌다.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수학했으며, 주북한 베트남 대사관에서 세 차례 근무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후 주한 베트남 대사관 부대사를 거쳐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제4대 주한 베트남 대사를 지냈다. 대사 재임 시절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을 적극 지원했으며, 은퇴 이후에도 기업 고문으로 활동하며 양국 간 경제 협력 확대에 기여해왔다.
가족 역시 외교 분야에서 활동하는 '부자 외교관' 집안으로 알려져 있다. 세 아들 중 두 아들이 한반도에서 근무하며 대를 이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가교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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