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교토 초등생 '중국인 계부설' SNS루머, 왜 뉴스로 둔갑했나

파이낸셜뉴스       2026.04.19 10:16   수정 : 2026.04.19 12:14기사원문
"가정 내 문제"… 용의자 행적에 쏠린 수사
SNS서 시작된 '중국인설', 조회 수 수백만 회 확산
대만 방송 오보로 증폭… '외신 보도'로 재포장
반복되는 패턴… 정보 공백·가설·확산·역유입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최근 3주간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던 '교토 초등학생 실종 사건'이 결국 의붓아버지의 범행으로 드러났다. 교토부 난탄시 시립 소노베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아다치 유키(11)가 지난달 23일 등교길에 사라진 지 3주 만에 숨진 채 발견됐고 지난 16일 의붓아버지인 아다치 유우키(37)가 시신 유기 혐의로 체포됐다. 이번 사건은 가족에 의한 범행이라는 점에서 일본 사회에 충격을 안겼지만 의붓아버지의 국적에 대한 허위 정보가 일본과 대만을 오가며 확산된 것도 논란이 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 온 정체불명의 정보가 해외 방송을 통해 '보도' 형식을 얻고 다시 일본으로 역유입되며 신뢰도가 높아지는 패턴이 나타난 것이다.

■등굣길 실종·사망 초등생, 의붓아버지 범행 자백

교토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실종된 피해 아동은 지난 13일 교토부 난탄시 야산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어 지난 16일 피해 아동의 의붓아버지가 시신 유기 혐의로 체포됐다.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용의자는 시신 유기를 인정했으며 살해와 관련한 진술도 확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 범행 동기와 경위를 중심으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주간지 주간문춘에 따르면 용의자는 교토 시내 공립고를 졸업한 뒤 전자부품 관련 공장에 취업해 품질관리 부서 책임자로 승진한 인물로 업무 평가가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사생활은 복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직장에 근무하던 16세 연상의 여성과 결혼해 자녀를 둔 상태에서 동료였던 피해 아동의 어머니와 관계를 맺고 결국 이혼 후 재혼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사건 직전 행적 역시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피해 아동이 실종되기 나흘 전인 지난달 19일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동료들에게 "대만으로 신혼여행을 간다"고 알리며 휴가에 들어갔다.

용의자는 사전 휴가 신청이 없었음에도 당일 아침 "노로바이러스에 걸렸다"며 돌연 결근했다. 피해 아동 실종 당일인 지난달 23일에도 회사에 전화를 걸어 "가정 내에 문제가 있어 쉬겠다"고 말했다. 이 '가정 내 문제' 발언 시점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사건 전후로 발견된 유류품도 의문을 남겼다. 통학 가방과 신발 등이 초등학생이 단독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발견되면서 누군가 의도적으로 옮겼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수사당국은 차량을 이용한 이동 정황 등과 함께 사건 전반을 재구성하고 있다.



■SNS에서 시작된 '외국인 계부 루머'

이처럼 사건의 핵심은 용의자의 행적과 범행 경위에 집중됐지만 동시에 전혀 다른 방향의 정보가 온라인에서 급속히 퍼지기 시작했다. SNS, 특히 X(옛 트위터)를 중심으로 "의붓아버지가 범인" "24세 중국인"이라는 주장이 확산된 것이다.

해당 내용은 일본의 기존 언론 보도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출처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일부 계정이 이를 단정해 게시글을 올렸고 수백만 회 이상 조회되는 등 빠르게 퍼졌다.

문제는 이 내용이 해외 매체로 넘어가면서 증폭됐다는 점이다. 대만 방송사 민시(FTV)는 용의자가 체포되기 전인 지난 15일 일본 SNS에서 돌던 내용을 근거로 "일본 주간지 주간문춘이 의붓아버지가 중국인일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화면에는 '중국 국적 계부 관여 가능성'이라는 자막까지 삽입됐다. 그러나 실제 주간문춘 기사에는 이같은 내용이 없었다.

민시는 이틀 뒤인 지난 17일 공식 성명을 통해 "일본 SNS에서 퍼진 잘못된 정보를 사용했다"며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또한 관련 영상은 삭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해당 방송은 일본어로 번역돼 다시 일본 SNS에 확산된 뒤였다. 일본에서 생성된 루머가 대만 방송을 거쳐 '외신 보도' 형태로 재포장된 뒤 다시 일본으로 유입되는 순환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X에 올라온 한 게시글은 해당 방송 내용을 공유하며 "대만 언론에서 '중국 국적의 의부가 연루 가능성'이라고 제대로 보도되고 있는데 왜 이런 중요한 사실을 일본은 숨기는 건가"라고 적었다. 이 게시글은 2만 회 이상 공유됐고 8만8000여건의 '좋아요'를 얻었다.

그러나 교토 경찰은 같은 날 "용의자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은 없다"며 루머를 공식 부인했다.





■반복되는 허위정보 확산..자극적 내용일수록 속도 빨라

이번 사례가 보여준 것은 단순한 오보의 문제가 아니다. 사건의 실체가 규명되기 전 공백을 사실이 아닌 감정이 메우면서 정보가 어떻게 왜곡되고 증폭되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국적이나 출신을 특정하는 정보는 국민 감정과 결합하기 쉬워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특징이 있다.

유사한 패턴은 과거에도 반복됐다. 2016년 사가미하라 장애인 시설 살인 사건 당시에도 SNS에서는 "범인이 재일 외국인"이라는 루머가 확산됐지만 실제로는 일본 국적의 전직 직원 단독 범행으로 드러났다.

2019년 교토 애니메이션 방화 사건에서도 "외국인 소행"이라는 게시물이 퍼졌지만 역시 일본인 단독 범행이었다.

코로나19 확산기에는 "외국인이 감염 확산의 주범"이라는 일반화된 주장들이 반복됐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논쟁에서는 특정 국가를 지목하는 음모론이 SNS를 통해 확산됐다.

이들 사례 모두 △사건 발생 직후의 불확실성 △이를 파고드는 단정적 가설 △반복 공유를 통한 사실화 △외부 채널을 통한 재확산이 공통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정보 소비 환경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출처 검증보다 속도와 자극성이 우선되는 SNS에서 특정 집단이나 국적을 지목하는 정보는 쉽게 확산되지만 내용 정정은 뒤늦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현재 수사는 용의자의 범행 동기와 구체적 경위 규명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SNS 상에서는 여전히 "의붓아버지가 원래 중국인인데 국적을 바꾼 것"이라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사건의 실체와 무관한 정보가 확산될수록 본질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수사 관계자들이 (SNS에 올라온 정보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며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만든 용의자와 피해 아동 이미지도 확산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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