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론칩 놓고 삼성·TSMC 격돌...승부처는 '차세대 물량'

파이낸셜뉴스       2026.04.21 05:59   수정 : 2026.04.21 05:59기사원문
TSMC "차세대 LPU 개발 참여" 선언
삼성 HBM·파운드리 결합 경쟁력 강점

[파이낸셜뉴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가 차세대 인공지능(AI) 추론용 반도체인 언어처리장치(LPU) 시장 재진입을 공식화하면서 삼성전자와의 파운드리 경쟁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그록(Grok)' LPU 생산을 계기로 파운드리 부문에서 반등 조짐을 보이자 TSMC가 차세대 물량 선점을 위한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실적발표에서 LPU 사업과 관련해 "현재 LPU 제품은 특정 경쟁사에서 생산되고 있다"며 "(해당 고객사의) 차세대 LPU 개발에 적극 참여해 관련 비즈니스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전자가 양산 중인 그록 LPU의 후속 물량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단기적인 물량 이동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파운드리 산업 특성상 이미 양산에 들어간 제품을 다른 공정으로 이전하기 어려운 만큼 향후 경쟁은 차세대 칩 설계 단계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핵심은 차세대 제품 수주"라며 "고객사의 설계 초기 단계부터 얼마나 깊이 관여하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LPU는 대규모 병렬 연산을 담당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달리 실시간 응답이 필요한 AI 추론에 특화된 칩이다. 생성형 AI 서비스 확산과 함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중앙처리장치(GPU) 중심이던 AI 반도체 시장이 추론칩 영역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차세대 추론용 칩 '그록3 LPU'를 4나노 공정에서 생산 중이다. 해당 칩은 학습은 GPU가, 추론은 LPU가 담당하는 구조로 설계돼 기존 대비 최대 35배 수준의 처리 성능을 구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관련 웨이퍼 투입량도 초기 9000장에서 최근 1만5000장 수준으로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삼성 파운드리가 AI 반도체 핵심 영역인 추론칩에서 의미 있는 수주를 확보하며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TSMC가 설계 단계부터 고객사를 묶어두는 락인(lock-in) 전략을 강화할 경우 경쟁 강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나 동시에 AI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양사 모두 수요 확대의 수혜를 볼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관건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는 가운데 안정적인 생산·공급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삼성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기업"이라며 "차세대 메모리와 LPU를 함께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AI 반도체는 HBM 없이는 성능 구현이 어려운 구조"라며 "메모리와 로직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삼성과의 협력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추가 수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적자 규모는 점차 축소되는 흐름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1·4분기 약 2조6000억원 수준이던 비메모리 부문 적자가 올해 1조원대로 줄고 내년에는 흑자 전환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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