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고속철부터 원전·AI·방산까지… '韓·베 3.0시대' 연다

파이낸셜뉴스       2026.04.19 18:18   수정 : 2026.04.19 18:17기사원문
북남고속철, 中·佛과 수주 경쟁
원전 수주땐 에너지 공급망 공유
조선업 부흥 계획, K조선에 호재
기술·경제·안보 파트너십 분수령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의 공식 초청으로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다. 지난해 8월 럼 서기장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국빈으로 방한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이뤄지는 답방으로, 양국 관계의 밀착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베트남의 새 지도부 출범 이후 첫 외국 정상의 국빈 방문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방문을 두고 "한·베 관계가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고도화 단계로 진입하는 분수령"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양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인프라·에너지·방산·첨단기술 등 경제 분야의 협력 확대 방안을 집중 논의할 전망이다.

■북남고속철, 동남권신도시 주목

베트남 사상 최대 인프라 사업인 북남고속철도 프로젝트는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꼽힌다. 하노이와 호찌민을 북에서 남으로 잇는 총연장 1541km, 약 670억달러(약 100조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으로, 최근 국회 승인 이후 사업자 선정 절차가 본격화됐다.

중국·프랑스 등 경쟁국과 함께 한국은 현대로템을 중심으로 차량·신호·운영을 아우르는 '패키지 수출'을 내세워 수주전에 뛰어든 상태다. 업계에서는 단순 시공을 넘어 철도 운영 시스템과 표준까지 포함하는 '국가 인프라 수출'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철도 생태계를 한국형으로 표준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기술 이전과 신호체계 등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 중인 박닌성 동남신도시 개발 사업도 주목된다. 디지털 행정과 도시 운영 시스템을 통째로 이전하는 '스마트시티 수출' 모델로, 양국 협력의 성격이 한 단계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닌투원 원전 수주·SMR 확산 기대

에너지 분야에서는 베트남 정부가 전력난 해소를 위해 원전 건설 재개를 공식화하면서 한국형 원전(APR-1400)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닌투언 2호기의 우선 협상자인 일본이 사실상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K원전의 수주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양국 간 기존 사업 정리 협의가 진행 중인 만큼, 최종 사업자 선정까지는 일정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은 닌투언 1·2호기 외에도 중부 지역 추가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도입까지 검토하면서 원전 정책 전반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원전 협력이 단순 프로젝트를 넘어 전력·에너지 공급망을 공유하는 장기 파트너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K9 이어 해상무기 수출 가능성

방산 협력은 K9 자주포 수출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이를 발판으로 협력 범위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해군력 강화와 해양 안보 분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베트남 해군은 잠수함 전력을 포함한 전반적인 해군력 증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울러 해양 강국을 지향하는 베트남은 조선업 부흥에도 나서고 있어 K조선이 동반자가 될 전망이다. HD현대는 꽝닌성 두산비나를 인수해 HD현대에코비나를 출범시키며 조선 기자재 생산 거점을 구축했다. HD현대베트남조선은 생산 능력을 확대하며 한·베 조선 협력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생산기지 넘어 기술 동맹으로"

베트남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며 2030년까지 대규모 인재 양성을 추진하고 있다. 설계·생산·테스트를 아우르는 공급망 구축도 병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과의 협력이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베트남이 단순 생산기지를 넘어 기술 기반 산업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핵심 파트너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베트남 최대 투자국으로 오랜 기간 제조업 중심 협력을 기반으로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협력 범위가 인프라·에너지·첨단기술·안보로 빠르게 확장되면서 관계의 성격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베트남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생산기지 중심 협력(1.0) → 소비·IT 중심 협력(2.0) → 국가 핵심 인프라와 기술, 안보를 공유하는 3.0 단계'로의 진입으로 평가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양국이 교역 확대를 넘어 기술·경제·안보가 결합된 장기 전략 공동체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june111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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