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합격자 수’ 논쟁

파이낸셜뉴스       2026.04.19 18:44   수정 : 2026.04.19 18:44기사원문

로스쿨 제도 논의 시작부터 터져 나온 뿌리 깊은 논쟁인 변호사 수 다툼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도입 17년째 접어들었지만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이 점차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쟁점은 명확하다.

학계는 수요 증가와 법학 교육·연구의 정상화를 위해 합격자 수 확대를, 업계는 시장 포화를 명분으로 축소를 각각 주장한다.

이유를 들어보면 양측 모두 설득력이 있다. 본지에 따르면 학계는 대국민 법률서비스 접근권 향상 차원에서 현행 50%대인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80%까지 높여야 한다고 촉구한다. 법률시장 규모가 2024년 기준 9조6000억원으로 2007년과 견줘 2.7배 성장하는 등 연평균 5.6%씩 커졌다는 점도 근거로 댄다. 기업 자문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기업 법무 등 영역이 송무 밖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꼽는다.

반면 변호사업계는 시장이 극심한 포화상태에 있다고 진단한다. 이로 인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임료는 낮아지고 변호사 질은 떨어진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법무사나 세무사 등 유사 자격사와의 업역에서 충돌이 있다는 점도 꺼낸다. 업계는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수임 건수는 2008년 약 7건에서 현재 1건 미만으로 폭락했다"며 "공급 과잉은 생존권뿐만 아니라 법률서비스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업계가 요구하는 신규 공급 변호사 수는 장기적으로 연 600명이다. 학계는 연 2900~3000명 수준(2026년 시험 응시 예정자 3700여명의 합격률 80%)이 돼야 한다고 본다. 현행 1700명과 양측 모두 격차가 크다. 같은 법률시장을 놓고도 계산 결과가 극명하게 갈린다.

그러나 양측의 논쟁에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빠져 있다. 합격자 수에만 초점이 맞춰질 뿐 향후 업계가 맞이하게 될 변화와 대응방법은 누구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숫자를 조정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만, 현장에서 지켜본 법률시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사실상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더욱이 지금은 인공지능(AI)의 대규모 공습을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이다. 리서치, 서면 작성 등 AI 자동화에는 법률시장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법률서비스 측면에서 우리보다 '고도화된 전문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해외는 어떨까. 2004년 로스쿨을 도입한 일본 또한 변호사 수를 놓고 충돌했다. 이후 합격자 수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하지만 법조계의 불황과 경쟁 심화는 여전하다. 미국도 변호사 공급과 시장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으나, 숫자 변동만으로 시장이 정리되지는 않았다. 각자의 대응방식을 꺼낸 유럽 주요 국가도 현실은 비슷하다. 결국 숫자를 줄였다고 경쟁이 완화된 것이 아니고, 늘렸다고 해서 법률적 서비스가 곧바로 향상되지도 않았다.

이쯤 되면 질문을 바꿀 필요가 있다. 양측의 논리대로 과연 합격자 수만으로 경쟁력이 지켜질 수 있는지다. 글로벌 로펌이자 아시아 최고 종합법률서비스집단으로 인식되는 김앤장은 초창기부터 소송 중심이 아니라 기업 자문과 국제 업무에 무게를 실었다. 당시는 생소한 전략이었다. 창업주 김영무 변호사(박사)는 1973년 서울 광화문에 첫 사무실을 마련한 후 이러한 혁신으로 53년간 한국 변호사 시장을 이끌어 왔다.

김앤장의 성공 역사에서 합격자 수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숫자 조정에 연연하는 대신 시장 변화에 맞춰 방향을 잡은 결과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같은 환경에서도 국내 유일이자 12년 연속 세계 100대 로펌에 들어간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우리 법률 업계가 찾아야 할 생존의 해답도 '올해는 또 얼마나 배출할 것인지'가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글로벌로 시각을 맞출 필요가 있다. AI로 효율을 극대화하고, 기업성장 등 비송무 시장으로 영역을 파괴하거나, 특정분야의 초전문가가 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숫자에 집착하는 방식으로 생존을 유지하는 시대는 이미 한참 지났다.

jjw@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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