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만 따진 '한지붕 세 세무서'… 민원인 불편 예고된 일
파이낸셜뉴스
2026.04.19 19:11
수정 : 2026.04.19 19:10기사원문
같은 건물에 삼성·서초·역삼세무서
2개층씩 사용·상주직원 총 600명
일반기업도 있어 엘베 대기줄 길어
업무 달라 비상계단 오르락내리락
끼워 맞추기식 '통합청사'의 폐해
"행정보다 이용자 중심으로 설계를"
이날 소득세를 납부하러 세무서를 찾은 A씨(50대)는 "서류 한 장 떼기 위해 10층까지 올라갔다가 (위치를 잘못 알아) 승강기를 세 번 타야 했다"고 말했다.
아예 승강기를 포기하고 비상계단을 이용하는 민원인도 적지 않았다.
건물에는 승강기 4대가 운영되지만 이 가운데 세무서 민원인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은 2대뿐이다. 나머지 2대는 11~20층에 입주한 일반 기업 전용으로 운행된다. 사업자등록·민원증명·세금납부 창구가 1층에 집중돼 있고 관서별 업무 공간은 층마다 나뉘어 있다. 따라서 민원인들이 여러 차례 층을 오갈 수밖에 없다. 전용 승강기 2대로 민원인 수요를 감당하기엔 사실상 역부족인 구조로 보였다. 혼잡이 심한 날에는 비상용 승강기를 이용하는 민원인도 생긴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건물은 승강기를 중심으로 양쪽 통로가 뻗는 'H자형' 구조지만 통로 폭이 3m에 못 미쳐 이동이 겹치면 대기에만 아까운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1층 민원실 역시 3개 세무서가 통합 형태로 운영되면서 업무 과중을 호소한다. 관할과 관계없이 번호표 순서대로 민원을 처리하고 있으나 밀려드는 민원인 수에 속도를 맞추기 버겁다.
교통요지인 강남역에 위치한 점은 통상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인근 기업과 세무사 사무실 이용 수요까지 집중되는 이곳은 지리적 혜택이 민원인의 피로도 상승으로 변질된다.
건물 관리인은 "층마다 담당 관서가 달라 잘못 내려 다시 이동하는 민원인이 종종 있다"며 "공간이 협소하고 인원이 많다 보니 오래전부터 제기돼 온 문제"라고 전했다.
강남통합청사는 2003년 정부의 '대(大)형 세무서 체제' 도입 방침에 맞춰 추진됐다. 당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복수 관서를 한 건물에 집적하는 방식을 도입했고, 이후 납세자가 세금을 부동산으로 대신 납부하는 '물납' 과정에서 해당 건물을 확보하며 현재 구조가 유지됐다. 전국 세무서 가운데 3곳의 관서가 단일 청사에 집적된 사례는 유일하다.
특히 서초구 주민들의 불편은 더 크다. 서초구에 살면서도 관할 세무 업무를 보기 위해선 강남구 청사까지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벌써 20년째 고충을 호소하고 있지만, 해결될 기미는 전혀 없다. 세무 업무를 보기 전부터 신경이 곤두선 민원인들이 공무원에게 화풀이를 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세무 관련 업무일 경우 최대한 경청하겠으나, 건물과 이동에 관한 문제는 공무원들도 별 뾰족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세무서 관계자는 "(민원인이 화를 내더라도) 그냥 달랠 수밖에 없다"며 "우리 공간도 부족해 행사나 회의조차 편하게 할 수 없는 형편이지만 하소연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부기관 통합청사는 행정 효율성과 운영비 절감을 이유로 확산되는 추세다. 그러나 취지와는 달리 설계 방식에 따라 이용 편의성은 크게 갈린다. 서울 중구는 지난 6일 소공동주민센터를 '소공누리센터'로 이전 개청했다. 지하 3층~지상 11층 규모의 복합청사로, 1층에 무인민원발급기를 설치하고 2층에 민원실과 상담실을 배치해 민원 동선을 단순화했다. 연간 20만건을 넘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민원 수요를 고려해 대기 공간을 넓히고 기능을 분산했다. 강남통합청사와 차이가 난다. 중구 관계자는 "이용자 중심으로 공간을 재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강남통합청사처럼 행정 효율성만 앞세우다 보니, 통합이 실제 이용자 편의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통합청사는 행정 효율성과 비용 절감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이용자 동선과 접근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편이 발생할 수 있다"며 "효율성과 편의성, 접근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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