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만든 '유사 니코틴'… 법적 담배 포함 안돼 규제 구멍

파이낸셜뉴스       2026.04.19 19:37   수정 : 2026.04.19 19:36기사원문
합성니코틴 담배 규정 법 개정
무니코틴·유사 니코틴은 빠져
청소년도 무인 매장 쉽게 접근
특정 화학물질 포괄 통제 필요

"담배사업법이 개정돼도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전자담배 매장. 제품을 문의하는 기자에게 직원은 액상제품을 꺼내며 이같이 말했다. 직원은 "합성니코틴이 조만간 담배로 규제되면서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인상될 것"이라며 "그 대신 무니코틴이나 니코틴의 분자구조를 변형한 유사제품을 개발해 최대한 가격 인상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유인 매장뿐만 아니라 무인 전자담배 매장도 상황이 비슷했다. 서울 종로와 여의도 일대의 무인 전자담배 매장에서는 무니코틴이나 유사 니코틴으로 표기된 액상제품이 일반 니코틴 제품과 나란히 판매되고 있었다. 더욱이 자판기에 신분증을 인식시키기만 하면 제품 구매가 가능했다. 실제 구매자와 신분증 명의자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없어 미성년자의 구매를 막을 장치가 없었다.

■개정안 비켜간 '유사 니코틴'

19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4일 담배사업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무니코틴 및 유사 니코틴 제품의 무분별한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기존 궐련형과 천연 니코틴 기반 담배와 함께 합성 니코틴 기반 액상형 담배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담배의 정의를 연초에서 연초 또는 니코틴으로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합성 니코틴이 포함된 전자담배에도 제세부담금이 부과돼 가격이 오른다. 또 지정된 흡연구역 밖에서 피울 경우 과태료 부과 대상도 된다.

문제는 규제 강화에도 니코틴이 아예 없거나 니코틴과 구조가 비슷한 유사 니코틴은 대상에서 빠졌다는 점이다. 일부 유통사들은 규제의 허점을 이용, 액상에 합성 니코틴 대신 니코틴의 분자식(C10H14N2)을 변형한 신종 유사 니코틴을 첨가해 법망을 피하고 있다.

이러한 유사 니코틴은 일반 담배와 흡사한 효과를 내면서도 현행법상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보건복지부 연구에 따르면 합성 니코틴 원액의 유해물질 검출 총량은 천연 니코틴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일회용 액상 전자담배 15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1개 제품에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유사 니코틴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했다. 또한 무니코틴이라 표기된 7개 제품에서는 버젓이 니코틴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 공식 인증기관(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국제특성분석연구소)이 아닌 사설기관에서 검사를 받은 뒤 인체에 무해한 것처럼 허위·과장광고를 일삼고 있다.

■'AI 활용' 유사 니코틴 제작 방치

더 큰 문제는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플랫폼을 활용하면 누구나 쉽게 새로운 분자식의 유사 니코틴을 무한대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기자가 유사 니코틴 제조방법을 챗GPT에 묻자 AI는 '풍미' '타격감' 등을 고려해 유사 니코틴 성분 배합비와 제작 공정에 관해 상세하게 알려줬다. 원료만 있다면 바로 제조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사실상 특정 구조의 유사 니코틴을 규제하더라도 다른 분자식의 신종 물질이 유통되는 행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개별 물질을 하나하나 지정해 규제하는 현행 포지티브 방식으로는 신종 물질의 확산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미국처럼 특정 화학물질군 전체를 포괄적으로 통제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김도환 한국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부회장은 "과거에는 화학물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예산이 필요해 생산되는 물질이 적었지만 요즘은 AI로 유사 니코틴이 양산돼 무궁무진하게 물질이 생산되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유사 물질 같은 예외를 금지하는 네거티브 규제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담배류의 제품은 지금은 문제가 없어도 10년, 20년 뒤에는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지 모른다"며 "의약외품이나 의약품으로 지정해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security@fnnews.com 박경호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