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메이저들 탈(脫) 페르시아만... 아프리카·남미로 눈 돌린다
파이낸셜뉴스
2026.04.20 14:54
수정 : 2026.04.20 14:5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엑손모빌과 셰브론 등 글로벌 에너지 개발 기업들이 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에너지 메이저들이 미사일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중동의 불확실성을 피해 나이지리아와 베네수엘라, 나미비아 등 새로운 곳을 찾아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엑손모빌은 중동 분쟁으로 인해 1·4분기 글로벌 생산량이 6% 감소했으며, 카타르 가스 시설 파손으로 연간 약 50억달러의 매출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우드 맥켄지는 지난 16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석유 기업들이 향후 수년간 새로운 탐사 사업을 통해 총 1200억달러(약 177조원)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고유가로 확보한 막대한 현금이 그동안 비용 문제로 포기했던 미개척지 탐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기업들은 중동을 벗어나 아프리카에서 남미, 지중해 지역으로 범위를 옮기고 있다.
엑손모빌은 나이지리아 심해 유전 보강에 최대 240억달러 투입을 검토 중이며, 최근 그리스 해상 시추와 트리니다드 토바고 심해 탐사에도 착수했다.
셰브론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공사(PDVSA)로부터 합작 법인 지분 13%를 추가 인수하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집트와 리비아, 그리스 인근 해상 광구권도 잇따라 확보했다.
BP는 나미비아 해안 광구 지분을 매입했으며 토탈에너지는 터키와 탐사 계약을 체결하며 동지중해 공략에 나섰다.
미국 정부도 기업들의 생산 확대를 독려하고 있다.
지난 16일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은 석유 대기업 경영진과의 통화에서 공급 부족에 대비해 산유량을 지속적으로 늘려줄 것을 촉구했다. 현재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88달러 선으로, 전쟁 이전 보다 크게 치솟은 상태다.
기업들이 중동을 떠나는 이유는 단순한 단기 회피가 아닌 것으로 2030년대 이후의 장기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고, 2050년까지 전 세계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3000억배럴 규모의 신규 매장량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에너지 컨설팅 기업 라이스타드에너지의 슈라이너 파커 애널리스트는 "지속적인 고유가는 탐사 분야의 가장 큰 우군"이라며 "중동발 원유에 붙는 '위험 프리미엄'이 사라지지 않는 한, 기업들은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제3의 개척지로 계속 몰려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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