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516로 이름 바꿀지 이번엔 도민에게 제대로 묻는다

파이낸셜뉴스       2026.04.20 18:24   수정 : 2026.04.20 18:24기사원문
군사정변 흔적 남은 도로명 공론화
21~30일 QR코드로 도민 설문
5월엔 주소 사용자 의견 수렴
2018년 무산 뒤 다시 꺼낸 역사·생활 논쟁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가 '516로' 도로명 변경 여부를 두고 도민 설문에 들어간다. 군사정변의 흔적이 남은 이름을 지금도 생활 주소로 계속 써야 하느냐는 질문을 도민 사회에 다시 던지는 절차다.

516로는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입구 사거리에서 서귀포시 토평동 비석거리교차로까지 약 31.6㎞를 잇는 도로다.

5·16 군사정변 이후 확장·포장 공사를 거쳐 개통되며 당시 시대 배경을 반영한 이름이 붙었다. 2009년 도로명 고시로 '516로'가 공식 명칭이 됐다. 2014년 도로명주소 전면 시행 뒤에는 실제 생활 주소로 쓰이고 있다.

문제는 이 이름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역사회에서는 오래전부터 516로가 군사 쿠데타를 떠올리게 하고 군사정권의 잔재를 생활 속에서 반복하는 명칭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세계평화의 섬 제주'와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반대로 오랜 기간 써온 도로명인 데다 제주 개발사의 한 단면까지 함께 봐야 한다며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번 논의가 처음은 아니다. 2018년에도 서귀포시가 주소 사용자 의견 수렴에 나섰지만 참여가 많지 않거나 유지 의견이 우세해 논의가 이어지지 못했다. 이후 잠잠하던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오른 것은 지난해 제주도의회에서 변경 요구가 제기되고 올해 들어 제주도가 토론회와 주민설명회를 잇달아 열며 공론화 절차를 다시 밟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21일부터 30일까지 QR코드 방식으로 도민 설문을 진행한다. 도로명에 대한 인식과 변경 찬반, 기타 의견을 받는다. 이어 5월에는 실제 516로 주소 사용자를 상대로 3주간 별도 의견 수렴을 벌일 계획이다. 상징 논쟁과 별개로 도로명 변경은 주민·사업체·기관의 주소 변경 부담까지 직접 연결된다.

법적 절차도 만만치 않다. 도로명을 바꾸려면 주소 사용자 5분의 1 이상 신청, 주소정보위원회 심의, 주소 사용자 과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516로 주소 사용자는 약 1238명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사용자 여론이 최종 관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박재관 제주도 건설주택국장은 "도민과 주소 사용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516로 도로명 변경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가 이번에 묻는 것은 이름 하나가 아니다. 제주가 어떤 기억을 남기고 어떤 이름으로 일상을 부를 것인지에 관한 선택에 가깝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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