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은 무한대로 준비돼 있었는데" 쩐의 전쟁 비웃은 '9년의 낭만'… 최대어 허수봉, 천안에 남는다

파이낸셜뉴스       2026.04.20 19:13   수정 : 2026.04.21 09:09기사원문
24억 공세도 뚫지 못한 '천안의 심장'… 9년 의리 택한 허수봉
"최우선 고려 대상은 현대였다"... 이견 없었던 초고속 잔류 합의
'연봉 1위' 황택의 기록 넘나… 실력과 품격에 걸맞은 역대급 예우



[파이낸셜뉴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있었다. 0.1%의 가능성이라도 열리길 바랐던 타 구단들의 간절한 염원은 결국 '현대캐피탈의 심장' 허수봉의 견고한 충성심 앞에 멈춰 섰다. V리그를 지배하는 절대적인 에이스, 허수봉이 결국 천안의 하늘 아래 잔류를 선택했다.

현대캐피탈 구단 관계자는 2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늘 허수봉과 계약을 마쳤다"고 공식 발표했다.

구체적인 조건은 내부 FA 황승빈과의 협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공개될 예정이지만, 리그 최고 대우는 기정사실이다. 관계자는 이어 "허수봉은 협상 시작부터 잔류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이견은 없었다"며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허수봉은 단순한 주전 공격수를 넘어 V리그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지난 2024-2025시즌 현대캐피탈의 3관왕 대업을 이끌며 정규리그 MVP를 거머쥐었던 그는, 올 시즌에도 국내 선수 최다 득점(538점)과 공격 성공률 1위(53.4%)를 기록하며 '대체 불가'의 가치를 입증했다.

그가 FA 시장에 나왔을 때, 배구계가 술렁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허수봉을 품는 구단은 곧장 '우승 후보'로 직행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하지만 타 구단들에게 24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보상금보다 더 높은 벽은 바로 허수봉이 지난 9년간 천안에서 쌓아온 '시간의 무게'였다.

사실 이번 FA 시장에서 허수봉을 노리던 팀들의 기세는 대단했다. 보상금 24억 원을 '우승 비용'으로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구단들이 줄을 섰다. 하지만 허수봉의 마음은 한순간도 천안 유관순체육관을 떠나지 않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한항공의 지명을 받은 이후 진성태와 트레이드되며 현대캐피탈에 합류했던 소년은, 이제 팀의 주장이자 정신적 지주로 성장했다.

그는 자신을 키워준 구단, 그리고 성적과 관계없이 무한한 지지를 보내준 현대캐피탈 팬들과의 의리를 '쩐의 전쟁'보다 상위에 두었다. 타 구단들이 내민 백지수표보다 현대캐피탈의 유니폼이 가진 무게가 허수봉에게는 훨씬 컸던 셈이다.



현대캐피탈 역시 팀의 심장을 지키기 위해 예우를 다했다. 구체적인 액수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현재 V리그 연봉 1위인 황택의(KB손해보험)의 12억 원을 상회하거나 필적하는 수준의 역대급 계약이 유력하다. 실력과 인기, 그리고 팀을 향한 충성심까지 갖춘 선수에게 구단이 보낼 수 있는 최고의 경의다.


허수봉의 잔류 확정으로 현대캐피탈은 다시 한번 우승을 향한 가장 강력한 엔진을 지켜내게 됐다. 0-2의 절망을 뒤집던 리버스 스윕의 투혼도, 이제 허수봉이라는 구심점 아래 다시금 복수전의 동력으로 타오를 전망이다.

배구계의 '슈퍼 스타' 허수봉과 현대캐피탈이 써 내려갈 10년 차의 동행.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낭만이 승리한 2026년 봄, 천안 팬들의 밤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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